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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도 병

이조년이 살던 고려시대나 지금이나 명절은 존재하였고 하여 여인들의 고된 노동은 21세기도 여전하다. 오랫만에 만난 가족들을 위한 노동이라 말하기에 후유증이 크다. 나의 친정엄마나 시어머니의 견해로 보자면 코웃음을 칠 가사노동인지라 어디다 대고 하소연 할 수 없으니 괜히 가족들에게라도 엄살을 부려보지만 근본적 해결은 요원한 현실이다. 남편은 2남4녀중 둘째 아들로 결혼 전, 자신은 장남 따로 차남 따로 생각지 않는다는 둥. 생각해보지 않던 경우의 소리에도 먼 개소린가 했더랬다. 세월은 26년이 흘러 그 소리가 개 소리가 아님을 알게되었으니 때는 이미 늦으리~ 큰 며느리인 형님은 오랫동안 맞벌이를 내세워 가족행사마다 빠지기 다반사. 남편과 함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나 역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건만 ..

살며 2022.09.14

글쓰기, 비범함과 평범함의 그 어느사이<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읽고>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블러그를 시작한 후로 일기형식의 글을 오래도록 써왔다. 중간에 몇 번의 고비가 있긴해지만 꾸준히 서평과 일상의 기록들을 적어내려갔다. 따로 작법을 배운적이 없기에 거의 자유로운 글쓰기가 되었고 그래선지 오래도록 쓸 수 있던 이유이기도 하다. 도서관 서고에 서서 조금은 과격하기까지한 책제목을 보자마자 자연스럽게 저자와 목차까지 읽어나가고 있는 내 모습은 나조차도 놀랐다. 35년간 글쓰기 강의와 작가로서 깨달은 저자만의 글쓰기방식을 써내려갔다. 저자는 자신의 마음을 믿고 인생에 대한 확신을 갖는 자유롭고 진솔한 글쓰기야 말로 삶과 글을 관통하는 글쓰기라 했다. 작가입장이 아닌지라 이상적이고 모호한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으나 잠시지만 머릿속에 서늘한 바람이 부는듯했다. ..

배우며 2022.09.07

새로운 시작을 앞둔 너에게

수 많은 인연중, 부모와 지식으로 만난다는게 대체 어느정도의 인연이라야 가능할까? 26년이라는 긴 시간을 딸아이는 크고 작은 기쁨과 뜻모를 좌절, 슬픔 등 인생의 희노애락을 가르쳐 인생스승이자 친구같은 존재. 항상 어리다라 생각했는데 강단있는 딸내미는 대학4년, 2년의 취업이라는 관문을 위해 떨어져있었다. 코스모스졸업식을 참석하기위해 오랫만에 딸아이와 함께 나선길. 비대면이라는 조금다른 졸업식풍경도 낯설지만 교수진들 학위나 총장상을받는 학생들 빼고 다른친구들과 학부모들은 사진촬영에 열심이다. 기다리는게 지친 남편, 예전같으면 상받는 아이사진 찍느라 정신없었을 터인데 세상따분한 얼굴을 하고 있기에 아이가 다녔을 캠퍼스를 둘이서 걸으며 졸업식풍경과 캠퍼스를 눈에 담아본다. 그러던중 속수무책. 큰 아이를 타지..

살며 2022.08.25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직장편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직장편 남편은 20년 직장생활에 이어 10년 전에 사업을 시작했다. 자신이 해왔던 일의 연속이라 커리어와 현장경험이 풍부한 시간들이 만들어 낸 성과이기도 했다. 실력과 인맥이 풍부한 그는 작은회사 규모임에도 S사의 협력업체로 당당히 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큰 프로젝트를 앞두고 S사 구매과 담당자와 의견이 갈리며 갈등이 생겼다. 누가봐도 담당자의 무례하고 공정하지 못한 요구에 어쩔수 없는 시간들이였다. 이미 프로젝트 견적을 기술과 제조쪽에서 승인받고 구매과쪽으로 견적서를 제출한 상태, 무례하다 못해 지나친 견적의뢰 삭감을 요구받고 그동안 잘 해왔던 남편조차 이번만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자동으로 통화녹음이 된 통화내역을 듣는 순간, 남편의 판단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알 수 ..

살며 2022.08.22

철학이 내게 머문 순간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고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철학이 우리 인생에 스며드는 순간) / 에릭 와이너 “지식은 소유하는 것이고 지혜는 실천하는 것”이라는 말로 저자는 철학이 그저 형이상학적인 학문이 아님을 들어가는 말에서 썼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저자의 말의 의미를 알듯 싶었다. 역사의 획을 그은 철학가들도 나처럼 평범하고 일상의 매 순간을 살아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했다는 것을... 아침이면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던 철학자이자 로마의 황제, 아우렐리우스가 그랬고 이웃의 불친절과 고발을 겪고 떠나야했던 루소는 또 어떤가. 누구나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대명제 앞에 끝임없이 묻고 생각하며 그들만의 통찰을 후세에 남길 수 있었다. 급변하고 불확실한 이 시대에 오래된 철학자들의 가르침이 누구에게나 와 닿지..

배우며 2022.08.19

글을 쓴다는 게 무언지 알게 해 준 책<김영하 말하다를 읽고>

보다와 읽다의 마지막 완결판 말하다. 김영하 작가가 10년의 작가로서 글쓰는 어려움과 의도치 않게 본인의 생각이 왜곡되지 않기 바라는 욕망 즉 완벽함을 추구하는 강박같은 마음으로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어쩌면 이렇게 완벽하고 지독한 작가가 있을까싶다. 나로서는 여행의 이유와 읽다에 이어 세번째 마주하는 책이다. 글쓰는 일에 대한 깊은 통찰에 공감이 간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최악의 조건의 인간이 할 수 있는 "최후의 자유이자 마지막 권리"라는 말은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도 없는 극한의 상황에 몰려 죽음을 앞둔 이들이 남긴 책이나 말들을 대할 때 의문이였던 부분을 풀 수 있었다. 인간의 마지막 권리이자 최후의 자유, 글쓰기는 어떤 종류의 강력한 무기보다 죽음의 공포조차도 어쩌지 못한다는 것을..

배우며 2022.08.16

세상에서 어려운 일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무얼까? 여우의 물음에 어린왕자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 했던가. 그렇다면 지금 나에게 제일 어렵고도 힘든일을 묻는다면 ‘몸의 힘을 빼는 것’일 것이다. 갑작스런 허리통증 때문에 병원치료를 받아도 차도가 없자 언니가 일러준 교정원에서 치료를 받게되었다. 오래된 상가 1층건물은 주인의 나이만큼 낡고 허름했고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의 치료법은 추나요법과 스포츠마사지가 합쳐진 치료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리통증으로 고생해본 사람만이 느끼는 일상의 불편함과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통증앞에 그리 위생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는 치료를 받겠다고 내 발로 찾아오게 될 줄이야... 할아버지의 소견으로 척추를 감싸는 디스크가 돌출되어 통증이 왔을거라는 빠르고 명쾌한 병명을 들을 수 있었..

살며 2022.08.16

오늘 보는 구름과 지금 지나가는 바람은 다시 만나지 못한다

줄 서는 식당줄도 아니고 명품사기 위한 오픈런과 전혀 다른 줄, 병원대기줄. 이른 아침, 누구보다 일찍 기상하여 하루를 시작하는 할머니들만 가능하다는 병원대기줄을 내가 서게 될 줄이야... 증상이랄 것도 딱히 없었던지라 더 놀랐다. 그날도 평상시처럼 뒷산을 다녀오고 등산의 피곤을 풀기 위해 안마의자에 잠시 몸 누인다는 게 깜빡 잠이 들었다. 한참 후에 깨어보니 몸이 더 뻐근했고 저녁 무렵 되어서는 잠을 못 이룰 만큼 통증이 시작되었다. 아침이 될 때까지 기다리다가 오픈시간에 맞춰 동네 정형외과를 찾았다. 방학때와 휴가철까지 겹친시 기여서인지 평소보다 더 병원은 복잡했다.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로 대기줄은 줄지 않아 2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의사와 마주할 수 있었고 그로부터 액스레이검사와 병명진찰 후 물리치..

살며 2022.08.02

읽는다는 것<김영하 산문-읽다 를 읽고>

읽다 read 讀 김영하/문학동네 2015년 종이책이 전부이던 시절, 세상의 모든 지식을 망라한 최종병기로 분명 인정되던 시절이 있었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며 종이책의 역사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굳이 도서관이나 서점을 가지 않아도 편하게 집에서 택배로 받아볼 수 있게 되었고 전자책이니 책읽어주는 어플이 생겨나고 읽는다는 의미의 독서가 조금은 변화되고 있다. 검색창을 클릭하면 답을 어느때고 알려주지만 인류에게 독서라는 인고의 과정이 왜 필요한지, 그 작업을 통해 과연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건지. 스스로 묻고 답을 주는 과정에서 작가의 사유가 담긴책. 편의점 알바를 하며 힘든 취업난을 뚫기 위해 오늘을 견디는 청춘들이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힘을 내는 이유일 것이다. 어느경우, 살다보면 ..

배우며 2022.07.31

시인까진 아니더라도

니체는 “우리는 자기 삶의 시인이 되고 싶어 한다. 가장 사소하고, 가장 일상적인 것에서부터.”라고 했다. 철학자는 아주 일상적인 것이야말로 위대하다는 사실을 직감했을 것이다. 6년 전, 전대병원에서 갑상선암 수술과 치료과정을 겪으며 나는 그 사실을 절감한 바 있다. 살고 있는 광주에서 화순가는 고속도로 차 안에서 남편과 때로는 혼자 운전하며 수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대학병원에 진찰을 한 번 받기위해 아침 이른 시간 나와 한나절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고 그렇게 어렵게 의료진을 만나도 내 병에 대한 정보나 치료과정은 다 들을 수 없다. 스스로 공부하고 겪으며 나는 반 의사가 되기도 했다. 나를 치료해준 담당의사로부터 이제 그만 졸업해도 되겠다는 소리를 들으며 이래도 되는가 싶은 의구심이 들 정도. 가까운 ..

살며 2022.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