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4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부부로 만날 수 인연은 대체 얼마 큼의 기적이 깃들어야 가능할까. 인간의 생로병사의 문제와 비견할 정도는 아니지만 부부의 인연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 해도 사는 일은 별개여서 서로 다른 성격과 라이프 스타일을 지닌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은일. 삶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제 각기 여서 두 사람의 의견을 좁힌다는 것은 어느 한 사람의 생각을 수용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끝내 합의점에 다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최근에도 겪은 바 있어 당혹스러운 순간이 찾아오고야 말았으니... 요즘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MBTI)를 백프로 맞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런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였다면 오래도록 상처로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내향적인 기질인 ..

살며 2023.02.08

나를 미소 짓게 하는 것들.

목요일. 좋아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의 기로에서 서성인 날. 그 누군가의 배려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해야 하는 일을 할 수 있어 고마운 날. 행복한 일상은 시너지가 되어 매사에 효율성과 동시에 만족감을 준다. 그런 날은 피곤도 잊고 몸놀림이 사뭇 가볍다. 캘리를 배우며 반갑지 않은 노안이 찾아와 안과를 다녀오고 저녁밥상을 위해 장을 보고 집 도착해서 짐 정리를 후다닥 끝낸 후 오는 길에 아파트 입구 편백 길이 마치 손짓하는 듯하다.. 쉬고 싶은 마음과 산책 사이에서 잠깐의 갈등을 겪었으나 바로 운동화를 신고 나섰다. 지금이 아니면 저토록 멋진 숲길의 가을을 또 언제 만날 수 있을까 봄, 여름, 가을 내내 행복한 걷기를 선물해준 나의 카렌시아 편백 숲길. 바쁘다고 외면했건만 서운하다 게으르다 타박도 없이...

살며 2022.11.17

추억을 먹는것

호박을 썰고 감자 껍질을 벗기는 사람 마음에는 좋은 빛이 비친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불 조절을 하는 사람 눈가에는; 기분 좋은 느낌이 붙는다. 그러니 사람의 온기를 나누는 일도 제대로 할 것만 같다. 누군가를 위해 따뜻한 마음 하나쯤 차려낼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멀리 간다. 그 그윽함이 오래간다. 내가 뭐 해줄게, 하면서 냉장고 문을 열고, 도마를 꺼내 부엌 조리대 위에 쿵, 하고 올려놓은 사람. 그 이후의 시간을 관객이 되어 즐기는 나 같은 사람. 나의 옆집에도 또 그 옆집에도 그런 친구들이 많이 어울려 살았으면 싶은 것은 그것이 내가 믿어보려는 '안녕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병률 / 내 옆에 있는 사람'중에서- 어릴적 기억 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은 기억들 대부분, 홀로 논농사와 밭농사..

살며 2022.09.22

누군가와 함께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호박을 썰고 감자 껍질을 벗기는 사람 마음에는 좋은 빛이 비친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불 조절을 하는 사람 눈가에는 기분 좋은 느낌이 붙는다. 그러니 사람의 온기를 나누는 일도 제대로 할 것만 같다. 누군가를 위해 따뜻한 마음 하나쯤 차려낼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멀리 간다. 그 그윽함이 오래간다. 내가 뭐 해줄게, 하면서 냉장고 문을 열고, 도마를 꺼내 부엌 조리대 위에 쿵, 하고 올려놓은 사람. 그 이후의 시간을 관객이 되어 즐기는 나 같은 사람. 나의 옆집에도 또 그 옆집에도 그런 친구들이 많이 어울려 살았으면 싶은 것은 그것이 내가 믿어보려는 '안녕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병률, 내 옆에 있는 사람 중에서- 어릴 적 기억 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은 기억들 대부분, 논농사와 밭농사를 많이..

살며 2016.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