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나날들이 무사하기를 315

가을이 물들다

기후변화로 단풍이 예전만 못하다지만 풍경은 가을빛으로 물들어 간다.어머니의 치매 간병으로 가족들이 서서히 지쳐가고 어머니의 병세가 급격히 진행되어아들인 남편이 결단을 내렸다.오랜 시간을 고민하다 쾌적한 환경과  어머니가 계시던 시골풍경이 보이는 자연친화적안곳을 지인의 추천으로 정했다.홀로 기거하시던 시골에서 요양보호사와 지내시다가 다섯 명의 자식들 집에서 돌아가며지내는 시간을 지났다.치매라는 병은 서서히 온 가족들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무서운 병이다.시설에 보내야하는 남편 심경은 말로 표현 못하지만 긴 고민의 시간을 곁에서 같이 보냈다.처음 일주일 적응을 못하시고 자식들 볼 때마다 눈물 바람이시던 어머니.쾌한 달이 지나니 이젠 체념을 하신 듯 큰 감정기복을 보이지 않으시지만 그것조차 자식위하는 마음..

살며 2024.11.01

문득

"최근에 팔꿈치와 팔목의 통증이 찾아와 힘들다고 말하니같이 근무하는 동료 말이  관절염의 한 증상이라더라. 날마다새로운 증상이 늘어나는 게 갱년기 탓인지 아님 느낌 때문인 거니?"오랜만에 어릴 적 친구로부터 안부 전화가 왔다.오십 년 넘게 가동을 했으니 어디가 고장이 나도 이상할 일이 아니다.치매를 앓고 계신 시어머니를 보며 인생 후반전을 잘 뛰려면내 자신과 잘 지내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너무 애쓰며 결과를 얻으려는 필요이상 기대감은 건강을 잃을 수 있다는 것!현명하게 NO라고 말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이다친구들과 이야기 화제도 아이들 교육이나 진로에서 자연스레 건강과노후 같은 잇슈로 흐른다.심지어 친구는 좋아하는 취향과 성격도 변하더라는 이야기가 간증처럼 떠돈다.친구들과 나를 힘들게 한 갱..

살며 2024.09.10

지금 알았던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마음의 법칙"을 읽고

어린 왕자가 여우에게 건넨 말이 문득 떠오른다.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지 않는가.사람의 다양한 생김새만큼 수만 가지의 마음에 담긴 생각을 머물게 하는 일은힘든 일임에 분명하다.AI가 우리 삶에 편의성을 주고 사람을 대신하기도 하는 세상을 살지만그렇다 하여도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다 이해하고 사람을 대체할 수도 없다.저자 폴커 키츠는 우리가 알지 못한 사람의 마음의 법칙들을조금 어려울 수 있는 전문용어들을 실제 사례들과 함께 친절하고 쉽게 풀어냈다.'아! 그래서 그때 그 사람은 이런 말과 행동을 했구나!' 지금 알았던 것을그때 알았더라면 엄한 사람을 오해하고 마음의 빗장을 잠가버린 실수를저지르지 않을 일이었다.심리학처럼 일상과 관련 깊은 학문이 또 있을까 싶다. 나 자신의 마음..

살며 2024.08.18

사랑만 남는 시간<살아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읽고

100세 시대라는 말처럼 인간의 기대수명이 늘었다지만 그만큼 노쇠를 경험하는시간도 늘었다는 것이다.이 책에서는 노화 궤적의 대부분은 삶의 태도와 자세 그리고 생활 습관이 만들며긍정적으로 노화를 바라보는 것으로도 이미 수명을 7.5년이 연장된다고 한다.세상의 돌아가는 이치가 그러하듯 관점의 변화가 살아가는 힘의 첫걸음인 것.그에 더 해 해가 더할수록 더 포용력과 삶의 지혜로 무장된 너그러운 할머니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다. 최근에는 치매로 더 이상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시어머니를 돌보며 나의 미래를 떠올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어떻게 해야 인류 공통의 난제인 "노화"를 받아들이며 또 다가올 미래에 대비를할 수 있을지 고민의 시간이 이 책의 책장을 넘기게 해 주었다.그야말로 이론과 실제를 한꺼번에 ..

배우며 2024.07.09

💐 삶이라는 꽃

누구나 한 번은 꽃으로 피운 적이 있을 것이다. 자식에 대한 엄마의 사랑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는데 자식은 사정이 다르다.부모님이 건강할 때는 티가 나지 않지만 나이 들어 병들고  보니자식들의 태도가 제각각이다.작년 12월 부터 시작된 어머니의 치매로 시댁식구들도 나름 혼란의시간을 보내야 했다.내 경우는 버킷리스트인 전윈 주택을 짓고 너무 행복한 시간은 잠깐. 그야말로 어둠의 긴 터널에 진입했음을 직감했다.친정엄마를 생각하며 또 나조차 나이 듦의 시간은 어쩔 수 없을 테니기양 할 바에 한 조각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로 마음먹으니 또 시간은그렇게 하루, 일주일, 한 달이 지났다.평생 농사일만 하시던 어머니는 자신이 살던 곳에서 삶을 원하셨다.병원에 하루 입원하시고 우리 집으로 퇴윈, 일주일 집으로 모..

살며 2024.05.28

봄이라고 다 같은 봄이 아니다

계절의 경계가 언제 부터인가 모호해지고 있다. 겨울도 봄도 아닌 계절. 비는 왜 그리 자주 내리는지. 마치 종잡을길 없는 갱년기 내 마음처럼... 예년에 비해 개화시기가 이를거라는 뉴스만 믿고 25일 아주 오랜만의 지인들과 나선길. 전날 비소식에 이어 오전까지 흐리다 비가 조금씩 뿌리자 은근 신경쓰었지만 아무도 우릴 막지 못할것이였다^^ 남편은 비오는 것에 은근 즐거워 한다. 정작 담날 운동 약속이 잡혀 떠날거면서 무슨 심술인지... 출발전, 즐겁게 보내라고 현금 넉넉히 쥐어주니 그것으로 그의 모든 죄는 사하기로~ 9시에 지인집 근처공윈에 차를 세위두고 한 차로 이동하기로 했는데 여행 코스며 운전에 가이드를 자처해준 고마운 그녀는 평소에도 우리 모임에 없어서는 안되는 공기같은 존재. 그녀의 수고로 날씨도..

살며 2024.03.28

봄의 시간들

어제였다.지인과 이제는 관광지가 아닌 사는 동네인 담양서 점심식사 후  라는 작고 아담한 동네카페를 찾았다.*로 알고 있었다는....크고 화려한 카페들 사이에서 마치 작은 오두막집마냥 수줍게 맞아주는 주인장을 닮은 카페.아직 2월이라 푸르른 정원을 볼 수 없었지만 귀엽게 올라온 수선화와 히야신스 새순들을 보니 탄성이 터졌다.명절을 지나며 입맛까지 떨어진 상태였는데 누가 만들어준 식사와 예쁜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은 명절 후 피로를 다 잊게 해 주었다. 지인은 어린이집 교사를 그만두고 치매인 친정엄마를 모시고 있다. 나또한 치매 초기를 진단받고 아직 일상을 살기에 무리가 있는 시어머니를 잠깐이지만 모시고 있었기에 이야기 화제가 같을 수밖에 없었다. 안타까운 점은 치매를 앓거나 병이 생기니 자식들조차 이..

살며 2024.02.19

한 해를 보내며

조개와 게 조개 하나가 이웃에 서는 조개에게 말했다. "내 속에 너를 너무 힘들게 괴롭히는 것이 있어. 그간 무겁고 둥글어. 난 힘들어 죽겠어." 다른 조개가 자기를 과시하듯 거만하게 대답헸다. "하늘과 바다에 감사할 뿐이야. 유감스럽게도 내 속은 너무 편해. 나는 안과 밖 모두 건강하고 완전하지." 이 때 게 한마리가 지나가다가 이 조개를 향해 게가 말했다. "으응 너는 건강하고 안전하구나. 그렇지만 네 이웃이 겪고있는 고통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진주를 가슴에 안고 있기 때문이야." -칼브지브란과 차 한 잔 중에서 어느덧 12월, 그야말로 올 해 끝날을 딱 이틀만을 남겨두고 짧은 나만의 의식을 치른다. 올 한해는 유난히 큰 일들이 있었다. 다 자란 두 아이가 보금자리를 떠나 독립을 해서 직장근처..

살며 2023.12.29

그리움이 길이 된다

나는 기다리는 사람 그리움을 좋아한다 나는 그리움에 지치지 않는 사람 너에게 사무치는 걸 좋아한다 기다림이 지켜간다 그리움이 걸어간다 이 소란하고 쓸쓸한 지구에 그대가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눈물 나는 내 사랑은 그리움이 가득하여 나 어디에도 가지 않았다 치열한 그리움 속에 너를 담고 텅 빈 기다림으로 나를 지켰다 나는 그리운 것을 그리워하기 위해 그리움을 사수하고 있다 기다림이 걸어간다 그리움이 길이 된다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그리움이 길이 된다’ 요즘날씨만큼이나 갑자기 들이닥치는 것에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 갑자기라는 것이 과연 있기나 하는 걸까? 변덕스러운 가을날씨만큼 사람의 마음도 세상 돌아가는 일들도 어쩌면 갑자기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단..

살며 2023.11.10

어느 평범한 날의 풍경

🍂 내 생에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 프랭크 시나트라 "참기름이랑 깨 볶아 놨는데 아무 때나 들러라~" 이른 저녁 먹고 쉬고 있는데 엄마가 전화를 주셨다. 지난번 추석 때 해남 사시는 어머니가 주신 참깨가 있으나 볶을 시간도 없고 마치 기름도 떨어졌다는 내 말을 기억하시고는 방앗간에서 깨도 볶아 주시고 엄마가 손수 수확한 참깨를 더해 기름을 짜두신 것이다. 요즘 들어 부쩍 입맛이 없어 식사를 거르신다기에 평소 좋아라 하시는 바지락칼국수를 포장해서 빠르게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했다. 늘 그렇듯 엄마의 라디오에서는 익숙한 멜로디가 들리고 엄마는 원두악에서 잠시 쉬고 계셨다. 손수 수확한 들깨가 보였고 김장용 배추와 무가 가을볕에 쑥쑥 자라고 있었다. 엄마는 배추며 무. 대파. 단감을 미리 따서 손질..

살며 2023.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