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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도심의 아파트에서 저런 가을을 볼 수 있다는 감사를 드린 아침. 올 가을은 바쁜 스케줄로 산을 찾을 수 없어 도심의 가을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지 모르겠다. 무뚝뚝한 남편, 생일이라며 몰래 텀블러를 준비했다가 자주 가는 카페에서 바로 내린 드립 커피를 내민다. "알고 보니 남의 편이 아니라 내 편이었어" 라며 격하게 고마움을 표현해주었더랬다^^ 미역국도 못 끓여 주었는데 좋아하는 커피정도 선물해주고 싶더란다. 남편은 나무로 치자면 느티나무 같은 사람 같다. 화려함은 없지만 오래오래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나무로써 역할을 충실히 하는... 회사일로 바쁘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번번이 생겨 힘든 시절이지만 가장인 그가 잘 버텨주길 바라본다. 인생에도 계절이 있다면 아마도 단풍 짙어지는 가을의 어느 길목이 아..

살며 2022.10.24

사람은 나무를 심고 나무는 사람을 키우는 법을 알려준 책"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를 읽고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우종영(2020. 메이븐) 22.10.17 “내가 정말 배워야 할 모든 것은 나무에게서 배웠다”라 말하는 30년 경력의 나무 의사. 나무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을 테지만 그라고 시행착오가 없었을까. 오로지 나무에 매달리다 가장으로, 한 인간으로 후회가 밀려올 때, 척박한 산꼭대기 바위틈에서 자라면서도 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나무의 한결같음에 투정도 포기도 할 수 없었다고 프롤로그에 적었다. 나무로부터 배우는 그의 단단한 삶의 태도들이 참 좋다. 오랫동안 나무를 돌보는 일에 매진한 삶의 사유가 나무의 생태와도 닿아있다. chapter1,2,3 에서는 나무의사로 30년간 이어온 사람으로 겪은 에피소드를 담았고 chapter 4,5 에서는개별나무의 특성과 저자가 보고 느낀..

배우며 2022.10.17

가을로

어디를 봐도 가을로 가득한 날.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한낮의 가을볕도 사랑스럽다. 이런 가을날엔 땡땡이를 쳐줘야 예의쥐^^ 그리하야 나의 소중한 지인 세 명과 함께 장성으로 떠난 가을 나들이. 암투병중인 지인과 행복한 순간을 담기위한 여행이라 더 특별하다. 달과 우주로 우주선을 보내는 시대를 살지만 사람의 생명은 유한하고 죽음앞에 나약하기 그지없다. 가슴 아픈것은 그 대상이 가족, 지인의 아픔이라면 엄청난 슬픔과 충격앞에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세상잃은 슬픔"에 담긴 의미를 조금은 알듯 싶다. 모든 생명은 자연사 혹은 사고나 질병으로 한 번은 죽는다. 의 저자 퀴블러 로스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지 않지만 다섯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첫 번째 단계는 부정의 단계. 두 번째 단계는 분노의 단계. 세 번째..

사랑하며 2022.10.14

무너지지만 마라

'사랑은 나의시간을 내어주는것'이라 박노해님의 말을 오늘은 실천해보기로. 점심식사 후 오랫만에 딸내미와 단둘이 공원을 찾았다. 비가내린 후 선선해지고 마치 하늘은 푸른물감을 풀어 놓은듯 하다. 공원근처 카페, 캐모마일시트러스티를 시켜놓고 3분 후 마시라는 주인장의 말에 향긋한 차를 앞에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취준생의 일과에 종종 이런날을 선물해줘야지 하는데 현실은 쉽지않다. 늘 당당한 어깨가 요즘들어 쳐진듯해 짠하다. 언제부턴지 부모 도움이 줄더니 요즘은 지켜보는 거 외에는 딱히 없는거 같다. 언제일지 모르기에 더 힘들겠지만 그 시간을 잘 견디고 목표하는 곳에서 자신의 길을 찿길 응원할 뿐이다. 무너지지만 마라/혼글 너에게 예쁜 바람만 불기를 좋은 곳으로만 휩쓸리기를 마음을 적시는 비가 내리기..

살며 2022.10.11

때아닌 구름 논쟁

때아닌 구름 논쟁 주말 풍경이라기에 한산하다 싶은 도로상황. 알고보니 오늘부터 사흘간 연휴가 시작되어 그런가보다. 가을비 잠깐 내린 후로는 한결 선선해지고 하늘색도 더 짙어지고 있다. 새털구름인지 양털구름인지 모를 예쁜 구름이 코발트색 배경의 가을 하늘을 곱게 수놓고 있어 찰나의 기쁨을 누려본다. 운전하던 남편은 저런 구름이 깔리면 다음날은 비가 온다나 모라나...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소리라고 핀잔을 주었으나 진짜 그런가 싶어 검색해보니 진짜 그랬다. 그렇게 때아닌 구름 논쟁은 시시하게 끝나버렸다. 그렇잖아도 오빠라며 으스대는 어깨가 더 한껏 올라간다. 그나저나 '저런 예쁜 구름이 비를 몰고 올 줄이야'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어린 왕자의 말이 맞나 보다. 미국댁과 데서방 어제는 미국에 사는 ..

사랑하며 2022.10.08

그곳에 가면

월말과 주말 연휴가 겹친 시점이지만 9월 마지막 날, 왠지 보고픈 사람은 봐야 할 것 같다. 작년 초, 오랫동안 유치원 교사일을 접고 어린이도서관을 개원한 친구와 기독서점을 운영 중인 언니. 그리고 나. 각자 일터에서 SOS 신호가 오도록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다. 언니가 추천한 생선구이 맛집서 점심을 먹고 티타임을 끝으로 짧지만 충만한 두 시간이 그렇게 지났다. 도서관 오픈 시각이 촉박한 친구를 데려다 줄 겸 작년 코로나가 한창 기승 일 때 화분만 보낸 것이 걸렸던 차였기에 친구의 도서관으로 향했다. 앤을 좋아하고 동화책을 사랑하는 친구답게 도서관도 그녀의 취향으로 가득했다. 돈이 되는 공부방이나 학원이 아닌 도서관을 시작한 이유를 묻자, 아이들이 부담 없이 아무 때나 찾아와 숨을 쉴 수 있는 쉼..

사랑하며 2022.10.02

이런 사람이 좋다

이런 사람이 좋다/ 헨리 나우웬 그리우면 그립다고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불가능 속에서도 한줄기 빛을 보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좋다. 다른 사람을 위해 호탕하게 웃길 줄 아는 사람이 좋고 화려한 옷차림이 아니더라도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바쁜 가운데서도 여유를 누릴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어떠한 형편에서든 자기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좋다. 노래를 잘하지 못해도 부를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어린아이와 어른들에게 좋은 말벗이 되어줄 사람이 좋다. 책을 가까이하여 이해의 폭이 넓은 사람이 좋고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잘 먹는 사람이 좋다. 철 따라 자연을 벗 삼아 여행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손수 커피 한잔을 탈 줄 아는 사람이 좋다.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좋고 하루 일을 시작..

사랑하며 2022.09.27

언니들과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건...

하늘이 그야말로 닿을 듯 말 듯. 금방 세수한 마알간 아이얼굴을 하고 있다. 이런 날은 딱히 약속 없어도 마냥 걷기만 해도 좋을듯하다. 하여 사랑하는 언니들과 오랜만의 주말 회동을 잡았다. 평일은 셋다 직장에 매여 있어 시간 내지 못하니 토요일 일과 마친 후, 점심먹으며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볼 생각에 금요일 저녁부터 자꾸 웃음이 나왔다. 식구들도 약속상대가 누구인 줄 대충 알겠다는 표정이다. 명절 지나고 처음이니 두 주가량 보지 못했을 뿐인데 마치 두 달이 훌쩍 지난 느낌이랄까. 딱히 화제가 없어도 인두세 시간을 마치 10분같이 수다를 떨다가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다음에 만나 또 하기로 하자는 뭐 그런 식이다. 결혼 후에도 멀지 않은 곳에서 살다 보니 이제는 자주 안 보면 뭔가 중요한 것..

사랑하며 2022.09.25

추억을 먹는것

호박을 썰고 감자 껍질을 벗기는 사람 마음에는 좋은 빛이 비친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불 조절을 하는 사람 눈가에는; 기분 좋은 느낌이 붙는다. 그러니 사람의 온기를 나누는 일도 제대로 할 것만 같다. 누군가를 위해 따뜻한 마음 하나쯤 차려낼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멀리 간다. 그 그윽함이 오래간다. 내가 뭐 해줄게, 하면서 냉장고 문을 열고, 도마를 꺼내 부엌 조리대 위에 쿵, 하고 올려놓은 사람. 그 이후의 시간을 관객이 되어 즐기는 나 같은 사람. 나의 옆집에도 또 그 옆집에도 그런 친구들이 많이 어울려 살았으면 싶은 것은 그것이 내가 믿어보려는 '안녕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병률 / 내 옆에 있는 사람'중에서- 어릴적 기억 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은 기억들 대부분, 홀로 논농사와 밭농사..

살며 2022.09.22

모르기에 더 궁금한 삶의 언어들앞에서<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을 읽고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 정재찬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 강의 프랑스 소설가 다니엘 페나크는 “책읽는 시간은 언제나 훔친 시간이다.”고 말했다. 시와 에세이의 절묘한 그 사이에서 시인이자 교수이자 생활인으로서 들려준 시적언어들로 인하여 나는 기꺼이 도둑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바쁜 삶 속에 잊고 지내던 혹은 애써 밀어두었던 시의 세계. 시인은 마치 가을이 당도했으니 가을하늘을 올려보며 느껴보라는 듯하다. 좋은 시란, 사막과도 같은 우리 인생길 위에 우연히 발견하는 오아이스의 샘물같은 것이리라. 그리하여 그 기쁨의 샘물을 날마다 길어 올릴 줄 아는 이야말로 진정한 ‘인생시인’이라 불리울지 모르겠다. 엄마의 원두막을 환하게 밝히는 패랭이꽃을 볼 때마다 패랭이꽃이 엄마랑 닮았다는 생각하곤..

배우며 2022.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