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우리는 자기 삶의 시인이 되고 싶어 한다.
가장 사소하고, 가장 일상적인 것에서부터.”라고 했다.
철학자는 아주 일상적인 것이야말로 위대하다는 사실을 직감했을 것이다.
6년 전, 전대병원에서 갑상선암 수술과 치료과정을 겪으며 나는 그 사실을
절감한 바 있다. 살고 있는 광주에서 화순가는 고속도로 차 안에서 남편과
때로는 혼자 운전하며 수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대학병원에 진찰을 한 번 받기위해 아침 이른 시간 나와 한나절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고 그렇게 어렵게 의료진을 만나도 내 병에 대한 정보나 치료과정은 다 들을 수 없다.
스스로 공부하고 겪으며 나는 반 의사가 되기도 했다.
나를 치료해준 담당의사로부터 이제 그만 졸업해도 되겠다는 소리를 들으며
이래도 되는가 싶은 의구심이 들 정도.
가까운 전문병원에서 약 처방과 검진을 받아도 된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
차안에서 여러 생각들이 스쳤다. 수술과 방사선 치료과정 중 생긴 에피소드들.
예전과 달라진 내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보며 가족들의 반응.
시간이 6년이 지났지만 아파서 이 곳을 찾는 일이 없도록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며 살아야겠다는 내 생각에는 여전히 확고하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지만 삶을 대하는 농도가 어찌 같을 수 있을까...
힘든 치료과정이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셈이다.
새로운 물건 속에 살던 맥시멀 라이프에서 필요한 물건들만 두는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고 인간관계에도 불필요한 시간과 정신적인 에너지를 쏟는 일이 점차
줄어들었으니 어느 모로 보나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골다공증을 비롯해
내 몸 여기저기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의 내가 좋고 감사하다.
니체가 말한 대로 가장 사소하고 가장 일상적인 것을 살아내는 이 삶이야말로
시인까진 아니더라도 위대한 일임을 깨닫게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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