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3

나의 봄

출근길 풍경, 물오른 봄꽃들이 여기저기 난리건만 하늘은 환한 봄꽃이 무색하게 미세먼지로 잔뜩 흐린 하늘. 봄을 알리는 찬란한 것들은 매화 같은 봄꽃도 있으나 초등학교 입학을 한 병아리들의 뒷모습은 더 사랑스럽다. 자기 체구만 한 가방을 메고 엄마 손을 잡고 걷는 걸음에 설렘과 불안함이 느껴진다. 오래전, 두 아이가 입학하던 날이 떠오른다. 사는 아파트 바로 앞에 초등학교가 위치하다 보니 여유가 넘쳐 늦어지기 일쑤, 잔소리를 했던 기억들. 전날 비예보가 있어 우산을 챙겨 주어도 괜찮다 우기더니 비가 쏟아져 우산 들고 학교 정문 앞에서 기다리던 일. 한때는 더디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여 어서 지나길 바랐던 적도 있었으나 엄마의 보살핌이 더 이상 필요없는 사회인이 되고 보니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앞에 그저 당황..

살며 2023.03.07

따사로운 봄날의 시간

경칩이라더니 어제와 또 다른 날씨임을 산책 나온 사람들의 옷이 말해주는 거 같다. 휴일을 맞아 가족단위로 연인끼리 더러는 요즘유행하는 게임캐릭터 득템을 위해 비엔날레공원을 찾는 이들로 북적인다. 아이들은 날아다니는 비둘기 녀석들을 쫓고... 그 뒤를 아이의 부모가 쫒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나는 입가에 미소가 스민다. 비엔날레공원은 광주시립미술관과 민속박물관이 곁에 있어 더욱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오늘은 이라는 제목의 참신한 청년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차를 마시고 작품들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코스. 그중, 천으로 만든 꽃송를 모빌처럼 달아 꽃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은 라는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 영감을 얻었는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작가스럽다"는..

살며 2017.03.05

멀리서 빈다

멀리서 빈다/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마라. 높아진 가을하늘이 푸르고 깊은 바다같다. 누가 재촉하지 않음에도 가을은 깊어져 하늘은 높아지고 고개숙인 벼들은 더욱 무르익어 간다. 이번 추석명절은 유난히 몸과 마음이 지친시간을 보냈다. 예전보다 못한 체력으로 예전보다 많은일을 하려했으니 당연한 결과이겠으나... 공장을 이사하고 한 번도 와보지 못했다고 시골에 사시는 어머니가 명절끝에 시누이차로 상경하셨다. "아가, 니가 고생 많았지야.."라며 며느리를 꼬옥 안으신다. 어머..

살며 2016.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