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4

그리움이 길이 된다

나는 기다리는 사람 그리움을 좋아한다 나는 그리움에 지치지 않는 사람 너에게 사무치는 걸 좋아한다 기다림이 지켜간다 그리움이 걸어간다 이 소란하고 쓸쓸한 지구에 그대가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눈물 나는 내 사랑은 그리움이 가득하여 나 어디에도 가지 않았다 치열한 그리움 속에 너를 담고 텅 빈 기다림으로 나를 지켰다 나는 그리운 것을 그리워하기 위해 그리움을 사수하고 있다 기다림이 걸어간다 그리움이 길이 된다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그리움이 길이 된다’ 요즘날씨만큼이나 갑자기 들이닥치는 것에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 갑자기라는 것이 과연 있기나 하는 걸까? 변덕스러운 가을날씨만큼 사람의 마음도 세상 돌아가는 일들도 어쩌면 갑자기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단..

살며 2023.11.10

길 잃은 날의 지혜

길 잃은 날의 지혜 /박노해 큰 것을 잃어 버렸을 때는작은 진실부터 살려가십시요 강물이 말라갈 때는작은 물길부터 살펴주십시요. 꽃과 열매를 보려거든 먼저흙과 뿌리를 보살펴 주십시요. 오늘 비록 잎이 안 보인다고그저 손 놓고 흘러가지 마십시요. 현실을 긍정하고 세상을 배우면서도세상을 닮지 마십시요. 세상을 따르지 마십시요. 작은일, 작은 옳음, 작은 차이작은 진보를 소중히 여기십시요. 작은 것 속에 이미 큰 길로 나가는 빛이 있고큰 것은 작은 것들을 비추는 방편일 뿐입니다. 현실 속에, 생활 속에 이미 와있는좋은 세상을 앞서 사는 희망이 되십시요. 온 나라를 먹구름으로 드리웠던 대통령의 탄핵.이로인해 바삐살던 시민들까지추운 겨울바람을 마주하며 차가운 광장으로 내몰았고상실감과 분노, 피로감을 안은채 보수와 ..

배우며 2017.03.10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책날개 저자소개란에는 시인. 사진작가. 혁명가. 그리고- 삶은 누구에게나 현재진행형이기에 막연이 추측만 할 뿐이다. 80년대 거친 항거의 시간... '과거를 팔아오늘을 살지 않겠다' 세계의 분쟁지역과 가난한 나라를 발로 밞으며 대체 그는 무엇을 보고 담았을지... 500페이지 넘는 두꺼운 시집안에서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사회 혁명을 꿈꾸던 그가 생명의 공동체 '나눔농부마을'을 만들고 자연에서 나눔에서 새로운 사상가의 길을 걷고 있었다. 사진전을 갖고 시집을 내는 여행작가는 많지만 온 몸으로 자신의 철학과 사상을 담으며 살아내는 일은 쉽지 않는 일이기에 왠지 마음이 가는 그의 글과 사진. 발바닥 사랑 사랑은 발바닥이다 머리는 너무 빨리 돌아가고 생각은 너무 쉽게 뒤바뀌고 마음은 날씨보다 변덕스럽다 사람은 ..

배우며 2016.06.23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3단 / 박노해 물건을 살 때면 3단을 생각한다 단순한 것 단단한 것 단아한 것 일을 할 때면 3단을 생각한다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사람을 볼 때면 3단을 생각한다 단순한가 단단한가 단아한가 언제부턴가 단순한 삶의 방식이 좋다. 이상하게 그렇게 마음먹은 후로 조금은 더 가벼워짐을 느낀다. 필요한 물건만 구입하는 소비패턴, 3년 이상 쓰지 않는 물건은 정리해서 필요한 주인을 찾거나 그도 아니면 버린다. 감정표현이 서툴러 늘 혼자 끙끙대다 결국 혼자 감당할 때가 많았다. 내심 상대방을 배려하는 차원이라 생각했으나 그것은 아마도 내가 상처받고 싶지 않아 갈등을 아예 만들고 싶지 않은 비겁함때문이라는 것도 알았다. 좋은 것은 좋다. 싫은 것은 싫다. 때론 마음을 단단하게 여미는 용기가 필요함을... 바꿀 ..

배우며 201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