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며 31

아들아, 내 말 좀 들어보렴

아들아, 내 말 좀 들어보렴 / 휴스.제임스랭스턴 내 인생은 수정으로 만든 계단이 아니었다. 거기엔 압정도 널려 있고나무가시들과 부러진 널반지 조각들 .카펫이 깔리지 않은 곳도 많은 맨바닥이었다. 그렇지만 쉬지않고 열심히 올라왔다. 층게참에 다다르며, 모퉁이 돌아가며때로는 불도 없이 깜깜한어둠 속을 갔다. 그러나 얘야, 절대 돌아서지 말아라. 사는게 좀 어렵다고층계에 주저앉지 말아라여기서 넘어지지 말아라 얘야, 난 지금도 가고 있단다. 아직도 올라가고 있단다 .내 인생은 수정으로 만든 계단이 아니었는데도... 오늘은 시인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친정엄마의 생신이다. (1920대 흑인 여성으로서의 삶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토요일 저녁에 큰 언니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축하파티를 하기로 했다. 평상시에 돈..

사랑하며 2022.10.29

가을로

어디를 봐도 가을로 가득한 날.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한낮의 가을볕도 사랑스럽다. 이런 가을날엔 땡땡이를 쳐줘야 예의쥐^^ 그리하야 나의 소중한 지인 세 명과 함께 장성으로 떠난 가을 나들이. 암투병중인 지인과 행복한 순간을 담기위한 여행이라 더 특별하다. 달과 우주로 우주선을 보내는 시대를 살지만 사람의 생명은 유한하고 죽음앞에 나약하기 그지없다. 가슴 아픈것은 그 대상이 가족, 지인의 아픔이라면 엄청난 슬픔과 충격앞에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세상잃은 슬픔"에 담긴 의미를 조금은 알듯 싶다. 모든 생명은 자연사 혹은 사고나 질병으로 한 번은 죽는다. 의 저자 퀴블러 로스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지 않지만 다섯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첫 번째 단계는 부정의 단계. 두 번째 단계는 분노의 단계. 세 번째..

사랑하며 2022.10.14

때아닌 구름 논쟁

때아닌 구름 논쟁 주말 풍경이라기에 한산하다 싶은 도로상황. 알고보니 오늘부터 사흘간 연휴가 시작되어 그런가보다. 가을비 잠깐 내린 후로는 한결 선선해지고 하늘색도 더 짙어지고 있다. 새털구름인지 양털구름인지 모를 예쁜 구름이 코발트색 배경의 가을 하늘을 곱게 수놓고 있어 찰나의 기쁨을 누려본다. 운전하던 남편은 저런 구름이 깔리면 다음날은 비가 온다나 모라나...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소리라고 핀잔을 주었으나 진짜 그런가 싶어 검색해보니 진짜 그랬다. 그렇게 때아닌 구름 논쟁은 시시하게 끝나버렸다. 그렇잖아도 오빠라며 으스대는 어깨가 더 한껏 올라간다. 그나저나 '저런 예쁜 구름이 비를 몰고 올 줄이야'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어린 왕자의 말이 맞나 보다. 미국댁과 데서방 어제는 미국에 사는 ..

사랑하며 2022.10.08

그곳에 가면

월말과 주말 연휴가 겹친 시점이지만 9월 마지막 날, 왠지 보고픈 사람은 봐야 할 것 같다. 작년 초, 오랫동안 유치원 교사일을 접고 어린이도서관을 개원한 친구와 기독서점을 운영 중인 언니. 그리고 나. 각자 일터에서 SOS 신호가 오도록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다. 언니가 추천한 생선구이 맛집서 점심을 먹고 티타임을 끝으로 짧지만 충만한 두 시간이 그렇게 지났다. 도서관 오픈 시각이 촉박한 친구를 데려다 줄 겸 작년 코로나가 한창 기승 일 때 화분만 보낸 것이 걸렸던 차였기에 친구의 도서관으로 향했다. 앤을 좋아하고 동화책을 사랑하는 친구답게 도서관도 그녀의 취향으로 가득했다. 돈이 되는 공부방이나 학원이 아닌 도서관을 시작한 이유를 묻자, 아이들이 부담 없이 아무 때나 찾아와 숨을 쉴 수 있는 쉼..

사랑하며 2022.10.02

이런 사람이 좋다

이런 사람이 좋다/ 헨리 나우웬 그리우면 그립다고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불가능 속에서도 한줄기 빛을 보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좋다. 다른 사람을 위해 호탕하게 웃길 줄 아는 사람이 좋고 화려한 옷차림이 아니더라도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바쁜 가운데서도 여유를 누릴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어떠한 형편에서든 자기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좋다. 노래를 잘하지 못해도 부를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어린아이와 어른들에게 좋은 말벗이 되어줄 사람이 좋다. 책을 가까이하여 이해의 폭이 넓은 사람이 좋고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잘 먹는 사람이 좋다. 철 따라 자연을 벗 삼아 여행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손수 커피 한잔을 탈 줄 아는 사람이 좋다.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좋고 하루 일을 시작..

사랑하며 2022.09.27

언니들과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건...

하늘이 그야말로 닿을 듯 말 듯. 금방 세수한 마알간 아이얼굴을 하고 있다. 이런 날은 딱히 약속 없어도 마냥 걷기만 해도 좋을듯하다. 하여 사랑하는 언니들과 오랜만의 주말 회동을 잡았다. 평일은 셋다 직장에 매여 있어 시간 내지 못하니 토요일 일과 마친 후, 점심먹으며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볼 생각에 금요일 저녁부터 자꾸 웃음이 나왔다. 식구들도 약속상대가 누구인 줄 대충 알겠다는 표정이다. 명절 지나고 처음이니 두 주가량 보지 못했을 뿐인데 마치 두 달이 훌쩍 지난 느낌이랄까. 딱히 화제가 없어도 인두세 시간을 마치 10분같이 수다를 떨다가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다음에 만나 또 하기로 하자는 뭐 그런 식이다. 결혼 후에도 멀지 않은 곳에서 살다 보니 이제는 자주 안 보면 뭔가 중요한 것..

사랑하며 2022.09.25

수국을 보며

수국을 보며 / 이해인 기도가 잘 안 되는 여름 오후 수국이 가득한 꽃밭에서 더위를 식히네 꽃잎마다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흐르고 잎새마다 물 흐르는 소리 각박한 세상에도 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 원을 이루어 하나 되는 꽃 혼자서 여름을 앓던 내 안에도 오늘은 푸르디푸른 한 다발의 희망이 피네 수국처럼 둥근 웃음 내 이웃들의 웃음이 꽃 무더기로 쏟아지네

사랑하며 2021.06.18

누군가를 용서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용서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의 입장에 서보아야 한다. 내가 저였다면 어찌했을까. 역지사지가 있어야한다. 아이들이 나를 이해하고 나의 입장에 서기 위해서는 나 자신도 아이들에게 또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 나태주 /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 중에서 노년에 닥친 어려움중에 몸 여기 저기에서 신호를 보내는 육체의 질병뿐 아니라 마음의 우울감이라고 한다. 어머니를 보며 새삼스레 노년의 상실감같은 것을 새롭게 알게되었다. 빛의 속도만큼 빨리 변화하는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기도 버거운 현실과 인간관계 특히 가족들과의 소통이 자유롭지 못해 답답함을 느낀다. 그나마 경제적인 문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하겠다. 이런저런 이유로 편안한 노후를 기대하지만 쉽지 않기에 노년..

사랑하며 2021.03.31

봄날, 사랑이야기

유난히 길고 추웠던 겨울 지나니 이렇게 환하고 이쁜 봄날이 펼쳐지고 있다. 기상예보를 요즘처럼 잘 보았던 적도 드물 만큼 미세먼지와 황사가 일상의 풍경도 바꿔놓았다. 이 와중에 집안내부공사를 하느라 맑은 봄날씨는 가뭄에 비소식을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이랄까... 시어머니가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병원신세를 지고 계시는 와중에 도배공사를 했으니 이중으로 힘들었던 4월이었다. 다행히 어머니의 수술도 잘 마치고 이번주면 시골로 내려가시고 그동안 공사로 정신없던 집안청소도 마쳤다. 예전 같으면 금방 회복되었을 테지만 아프고 난 후로 회복속도도 예전 같지 않음을 몸소 느끼는 중이다. 바쁜 일상 속에 금토요일에 방영되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보며 예전에 남편이랑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려 본다. 연애초에는 금방 ..

사랑하며 2018.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