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이 그야말로 닿을 듯 말 듯.
금방 세수한 마알간 아이얼굴을 하고 있다.
이런 날은 딱히 약속 없어도 마냥 걷기만 해도 좋을듯하다.
하여 사랑하는 언니들과 오랜만의 주말 회동을 잡았다.
평일은 셋다 직장에 매여 있어 시간 내지 못하니
토요일 일과 마친 후, 점심먹으며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볼 생각에 금요일 저녁부터 자꾸 웃음이 나왔다.
식구들도 약속상대가 누구인 줄 대충 알겠다는 표정이다.
명절 지나고 처음이니 두 주가량 보지 못했을 뿐인데
마치 두 달이 훌쩍 지난 느낌이랄까.
딱히 화제가 없어도 인두세 시간을 마치 10분같이 수다를 떨다가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다음에 만나 또 하기로 하자는 뭐 그런 식이다.
결혼 후에도 멀지 않은 곳에서 살다 보니 이제는 자주 안 보면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친 듯 허전함이 생길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다가 몇 달 전 큰 언니가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처음으로 시와 군으로 나뉘는
거리로 떨어지게 된 것이다.
엄마가 내게 해 준 선물 중, 가장 좋은 것을 꼽으라면
"단연코 언니들을 낳아주신 것"이라 말하는데
삶의 고비마다 언니들이 있어서 힘이 되어 그런거같다.
초등학교 2~3학년 때로 기억된다.
그 시절, 짖궂은 남자아이들이 왜그리 많았는지...
한 번은 유난히 장난을 좋아하던 아이가 괴롭히자
울면서 언니한테 쪼르르 달려가서 이르면 두 살터울의 크지 않던 체구의
작은언니는 "내 동생 괴롭힌 녀석이 누구냐며..." 응징을 해주었다.
그런데 이 작은언니도 남자아이들이 괴롭히면 큰 언니 교실로
쪼르르 가서 큰언니도 똑같이 말했다는데 서로 웃음이 나올 수밖에....
그렇게 든든한 언니들이 있다는 것은 살면서 큰 행운이어서
바쁜 엄마를 대신해 크고 작은 무수한 일을 겪으며 형제애를 뛰어넘은
전우애 같은 것이 생긴것이다.
이제 내심 나이 들면 큰 언니가 살고 있는 시골 전원주택에 멀지 않은 곳에
아담한 집을 지어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주는 삶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작은언니는 몇 년 뒤에 시댁에 집을 지어 살기로 했으니 우린 셋다
시골에서 노후를 보내게 될 것 같다.
두세 살 터울의 언니들과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건,
살수록 든든한 아군을 곁에 두고 있다는 것!.
때로 언니처럼... 때로 둘도 없는 친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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