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201

새로운 시작을 앞둔 너에게

수 많은 인연중, 부모와 지식으로 만난다는게 대체 어느정도의 인연이라야 가능할까? 26년이라는 긴 시간을 딸아이는 크고 작은 기쁨과 뜻모를 좌절, 슬픔 등 인생의 희노애락을 가르쳐 인생스승이자 친구같은 존재. 항상 어리다라 생각했는데 강단있는 딸내미는 대학4년, 2년의 취업이라는 관문을 위해 떨어져있었다. 코스모스졸업식을 참석하기위해 오랫만에 딸아이와 함께 나선길. 비대면이라는 조금다른 졸업식풍경도 낯설지만 교수진들 학위나 총장상을받는 학생들 빼고 다른친구들과 학부모들은 사진촬영에 열심이다. 기다리는게 지친 남편, 예전같으면 상받는 아이사진 찍느라 정신없었을 터인데 세상따분한 얼굴을 하고 있기에 아이가 다녔을 캠퍼스를 둘이서 걸으며 졸업식풍경과 캠퍼스를 눈에 담아본다. 그러던중 속수무책. 큰 아이를 타지..

살며 2022.08.25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직장편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직장편 남편은 20년 직장생활에 이어 10년 전에 사업을 시작했다. 자신이 해왔던 일의 연속이라 커리어와 현장경험이 풍부한 시간들이 만들어 낸 성과이기도 했다. 실력과 인맥이 풍부한 그는 작은회사 규모임에도 S사의 협력업체로 당당히 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큰 프로젝트를 앞두고 S사 구매과 담당자와 의견이 갈리며 갈등이 생겼다. 누가봐도 담당자의 무례하고 공정하지 못한 요구에 어쩔수 없는 시간들이였다. 이미 프로젝트 견적을 기술과 제조쪽에서 승인받고 구매과쪽으로 견적서를 제출한 상태, 무례하다 못해 지나친 견적의뢰 삭감을 요구받고 그동안 잘 해왔던 남편조차 이번만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자동으로 통화녹음이 된 통화내역을 듣는 순간, 남편의 판단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알 수 ..

살며 2022.08.22

세상에서 어려운 일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무얼까? 여우의 물음에 어린왕자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 했던가. 그렇다면 지금 나에게 제일 어렵고도 힘든일을 묻는다면 ‘몸의 힘을 빼는 것’일 것이다. 갑작스런 허리통증 때문에 병원치료를 받아도 차도가 없자 언니가 일러준 교정원에서 치료를 받게되었다. 오래된 상가 1층건물은 주인의 나이만큼 낡고 허름했고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의 치료법은 추나요법과 스포츠마사지가 합쳐진 치료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리통증으로 고생해본 사람만이 느끼는 일상의 불편함과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통증앞에 그리 위생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는 치료를 받겠다고 내 발로 찾아오게 될 줄이야... 할아버지의 소견으로 척추를 감싸는 디스크가 돌출되어 통증이 왔을거라는 빠르고 명쾌한 병명을 들을 수 있었..

살며 2022.08.16

오늘 보는 구름과 지금 지나가는 바람은 다시 만나지 못한다

줄 서는 식당줄도 아니고 명품사기 위한 오픈런과 전혀 다른 줄, 병원대기줄. 이른 아침, 누구보다 일찍 기상하여 하루를 시작하는 할머니들만 가능하다는 병원대기줄을 내가 서게 될 줄이야... 증상이랄 것도 딱히 없었던지라 더 놀랐다. 그날도 평상시처럼 뒷산을 다녀오고 등산의 피곤을 풀기 위해 안마의자에 잠시 몸 누인다는 게 깜빡 잠이 들었다. 한참 후에 깨어보니 몸이 더 뻐근했고 저녁 무렵 되어서는 잠을 못 이룰 만큼 통증이 시작되었다. 아침이 될 때까지 기다리다가 오픈시간에 맞춰 동네 정형외과를 찾았다. 방학때와 휴가철까지 겹친시 기여서인지 평소보다 더 병원은 복잡했다.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로 대기줄은 줄지 않아 2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의사와 마주할 수 있었고 그로부터 액스레이검사와 병명진찰 후 물리치..

살며 2022.08.02

시인까진 아니더라도

니체는 “우리는 자기 삶의 시인이 되고 싶어 한다. 가장 사소하고, 가장 일상적인 것에서부터.”라고 했다. 철학자는 아주 일상적인 것이야말로 위대하다는 사실을 직감했을 것이다. 6년 전, 전대병원에서 갑상선암 수술과 치료과정을 겪으며 나는 그 사실을 절감한 바 있다. 살고 있는 광주에서 화순가는 고속도로 차 안에서 남편과 때로는 혼자 운전하며 수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대학병원에 진찰을 한 번 받기위해 아침 이른 시간 나와 한나절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고 그렇게 어렵게 의료진을 만나도 내 병에 대한 정보나 치료과정은 다 들을 수 없다. 스스로 공부하고 겪으며 나는 반 의사가 되기도 했다. 나를 치료해준 담당의사로부터 이제 그만 졸업해도 되겠다는 소리를 들으며 이래도 되는가 싶은 의구심이 들 정도. 가까운 ..

살며 2022.07.21

상대방의 말이 들리지 않으면...

늦추위가 기승이더니 이런 봄이 오려고 그랬을까...아직 3월의 꽃샘추위라는게 남았으니 방심하긴 이르지만봄기운이 느껴진다.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로 일상의 풍경도 달라졌다. 수시로 들으며 긴장하던 환자수와 방역지침도 긴장도가 느슨해지고 거기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3월이면 근현대사에 길이 남을 대통령선거가 있다. 정치인들의 거친말과 행동에 지쳐가고 있는시점에 뭔가 결정이 빨리 되어 안정을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엊그제 어머니와의 긴 통화를 하며 든생각.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언제부터 자신의 말만 계속 하시는 통화내용을 떠올렸다. 90이 가까운 분이고 귀가 들리지 않은데다 혼자 사시면서 누구라도 전화하면 1시간이상도 거튼히 대화가능하지만 바쁜일상에 그럴수 없어 먼저 통화를 끝낸다.처음부터 그러시진 않..

살며 2022.03.02

Abide with me

Abide with me '때 저물어서 날이 어두니'(481장) 이곡은 '헨리 라이트'라는 영국 성공회 사제가 불치병으로 죽기 한 달 전, 자신의 딸에게 적어준 찬송 시로 월리암 헨리 뭉크'가 곡조를 더한 찬송이다. 1912년 타이타닉호 침몰 때 선상 위에 울리던 곡이자. 2009년 항공기사고가 났던 네덜란드공항에 울렸던 곡이며. 유럽인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FA축구결승전에 함께 부른 곡. 심지어 힌두교를 믿는 인도국경일에 연주되기도 했다는데 인도의 수상이던 간디가 좋아했던 영향이 크다. 다양한 이유로 신앙과 인종을 넘어 오랜 시간 세계인의 사랑받고 있다. 며칠 전 광주에 건설 중이던 아파트현장붕괴 사고소식 좋은 소식이 아닌 가슴 아프고 슬픈 사고소식에 너무 힘들었을 때 들리던 찬송곡을 들으며 생사를 모르..

살며 2022.01.14

눈 내리는 풍경

2022년 새해가 밝은지 10일 지났다. 시간은 늘 그렇듯 바삐 제길을 잘도 걸어간다. 아니 뛰어간다. 기상예보대로 새벽부터 눈이 내려더니 제법 쌓인 눈. 이런 날이야 말로 21년에 멈춰있는 이야기를 새롭게 단장하기 딱 좋은 날. 21년은 가족뿐 아니라 지인들의 크고 작은 아픔을 겪으며 모두 힘든시기를 보냈다. 2022년 새해는 가족과 지인들의 건강과 그들의 범사에 평안하기를... 작은 바람이라면 딸아이와 아들의 취업과 진로의 방향을 잘 잡아가주기를 바라본다. 쌓인 눈을 쓸어 보행을 돕는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수고가 더 고마운 눈 내리는 풍경이다.

살며 2022.01.11

공짜없는세상에서

12월 마지막으로 치닫는 이 시간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자신을 혹은 주위를 돌아보게 된다. 가족이나 지인의 생일이나 기념일등을 표시한 달력 정리도 마쳤고 핸드폰이나 메일의 사진 같은 것도 정리하는 일도 마쳤으니 나만 슬림해지면 되는 건가? 올 한 해는 마지막 날까지 가족들이 아팠다. 그래서 드는 생각은 함께 건강하고 평안해야 한다는 평범한 이치를 깨달았다. 3차 접종 후 대상포진으로 입원한 시어머니와 망막에 박리로 며칠째 고군분투 중인 작은언니. 남편과 자녀들의 무탈만을 염려한 지난 시간들이 부끄러웠다. 그러한 이유로 삶이라는 파도는 홀로 타는 것이 아니다. 집채만 한 파도가 몰려온대도 같이 버틸 수 있는 이가 한 명이라도 있는 한 침몰되지 않는다. 그래서 올 한해를 뒤돌아보며 깨닫게 된 점 하나, 더불..

살며 2021.12.30

숲길의 봄, 여름, 그리고 가을

찰나와 같이 흐르는 삶 속에 이 가을은 마치 온다 간다 인사 없이 떠나가는 연인처럼 그저 속절없는 걸음질이다. 오늘은 그 가을 속으로 헤어짐을 늦추진 못할지라도 인사라도 건네보고 싶어 나의 카렌시아길을 걷기로 한다. 가을바람도 오후의 햇살마저 아쉬운 듯 살갑다. 수능 일인 오늘, 예전 같으면 수능 추위가 기승 일터였으나 올 해는 유난히 포근한 가을날씨. 조카들 2명이 수험생인 해인지라 더 고마운 날씨. 팬더믹 발생 2년의 시간 동안 힘들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마치 이 번 주는 추수감사절이기도 해서 감사 제목들을 적어본다. 일상의 고마움을 뼈저리게 느끼며 삶을 뒤돌아 보게 된 것과 팬더믹이 아니었다면 이 숲길을 자주 찾지 못했을 거고 삶의 속도는 늦추고 삶의 방향을 찾아 하루하루를 지금처럼 감사히 보..

살며 2021.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