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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라고 다 같은 봄이 아니다

계절의 경계가 언제 부터인가 모호해지고 있다. 겨울도 봄도 아닌 계절. 비는 왜 그리 자주 내리는지. 마치 종잡을길 없는 갱년기 내 마음처럼... 예년에 비해 개화시기가 이를거라는 뉴스만 믿고 25일 아주 오랜만의 지인들과 나선길. 전날 비소식에 이어 오전까지 흐리다 비가 조금씩 뿌리자 은근 신경쓰었지만 아무도 우릴 막지 못할것이였다^^ 남편은 비오는 것에 은근 즐거워 한다. 정작 담날 운동 약속이 잡혀 떠날거면서 무슨 심술인지... 출발전, 즐겁게 보내라고 현금 넉넉히 쥐어주니 그것으로 그의 모든 죄는 사하기로~ 9시에 지인집 근처공윈에 차를 세위두고 한 차로 이동하기로 했는데 여행 코스며 운전에 가이드를 자처해준 고마운 그녀는 평소에도 우리 모임에 없어서는 안되는 공기같은 존재. 그녀의 수고로 날씨도..

살며 2024.03.28

봄의 시간들

어제였다. 지인과 이제는 관광지가 아닌 사는 동네인 담양서 점심식사 후 라는 작고 아담한 동네카페를 찾았다. 크고 화려한 카페들 사이에서 마치 작은 오두막집마냥 수줍게 맞아주는 주인장을 닮은 카페. 아직 2월이라 푸르른 정원을 볼 수 없었지만 귀엽게 올라온 수선화와 히야신스 새순들을 보니 탄성이 터졌다. 명절을 지나며 입맛까지 떨어진 상태였는데 누가 만들어준 식사와 예쁜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은 명절 후 피로를 다 잊게 해 주었다. 지인은 어린이집 교사를 그만두고 치매인 친정엄마를 모시고 있다. 나또한 치매 초기를 진단받고 아직 일상을 살기에 무리가 있는 시어머니를 잠깐이지만 모시고 있었기에 이야기 화제가 같을 수밖에 없었다. 안타까운 점은 치매를 앓거나 병이 생기니 자식들조차 이전과는 다른 면모를 ..

살며 2024.02.19

한 해를 보내며

조개와 게 조개 하나가 이웃에 서는 조개에게 말했다. "내 속에 너를 너무 힘들게 괴롭히는 것이 있어. 그간 무겁고 둥글어. 난 힘들어 죽겠어." 다른 조개가 자기를 과시하듯 거만하게 대답헸다. "하늘과 바다에 감사할 뿐이야. 유감스럽게도 내 속은 너무 편해. 나는 안과 밖 모두 건강하고 완전하지." 이 때 게 한마리가 지나가다가 이 조개를 향해 게가 말했다. "으응 너는 건강하고 안전하구나. 그렇지만 네 이웃이 겪고있는 고통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진주를 가슴에 안고 있기 때문이야." -칼브지브란과 차 한 잔 중에서 어느덧 12월, 그야말로 올 해 끝날을 딱 이틀만을 남겨두고 짧은 나만의 의식을 치른다. 올 한해는 유난히 큰 일들이 있었다. 다 자란 두 아이가 보금자리를 떠나 독립을 해서 직장근처..

살며 2023.12.29

그리움이 길이 된다

나는 기다리는 사람 그리움을 좋아한다 나는 그리움에 지치지 않는 사람 너에게 사무치는 걸 좋아한다 기다림이 지켜간다 그리움이 걸어간다 이 소란하고 쓸쓸한 지구에 그대가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눈물 나는 내 사랑은 그리움이 가득하여 나 어디에도 가지 않았다 치열한 그리움 속에 너를 담고 텅 빈 기다림으로 나를 지켰다 나는 그리운 것을 그리워하기 위해 그리움을 사수하고 있다 기다림이 걸어간다 그리움이 길이 된다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그리움이 길이 된다’ 요즘날씨만큼이나 갑자기 들이닥치는 것에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 갑자기라는 것이 과연 있기나 하는 걸까? 변덕스러운 가을날씨만큼 사람의 마음도 세상 돌아가는 일들도 어쩌면 갑자기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단..

살며 2023.11.10

어느 평범한 날의 풍경

🍂 내 생에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 프랭크 시나트라 "참기름이랑 깨 볶아 놨는데 아무 때나 들러라~" 이른 저녁 먹고 쉬고 있는데 엄마가 전화를 주셨다. 지난번 추석 때 해남 사시는 어머니가 주신 참깨가 있으나 볶을 시간도 없고 마치 기름도 떨어졌다는 내 말을 기억하시고는 방앗간에서 깨도 볶아 주시고 엄마가 손수 수확한 참깨를 더해 기름을 짜두신 것이다. 요즘 들어 부쩍 입맛이 없어 식사를 거르신다기에 평소 좋아라 하시는 바지락칼국수를 포장해서 빠르게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했다. 늘 그렇듯 엄마의 라디오에서는 익숙한 멜로디가 들리고 엄마는 원두악에서 잠시 쉬고 계셨다. 손수 수확한 들깨가 보였고 김장용 배추와 무가 가을볕에 쑥쑥 자라고 있었다. 엄마는 배추며 무. 대파. 단감을 미리 따서 손질..

살며 2023.10.11

나의 작은숲

🌵 나를 키우며 사는 일/문태준 스스로 심지를 굳게 하는 일 헐거워지는 하루를 사는 일 마음이 원하는 촉으로 잘 자라게 하는 일 쓸데없는 걱정을 내보내는 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사는 일 일의 문제는 바깥에서 찾지 말고 내 마음에게서 찾는 일 마음 바탕에 고요를 심는 일 말과 생각과 행동의 뒤를 살피는 일 💡 한 낮은 30도를 넘나드는 늦더위에도 9월 숲의 풍경은 가을이 당도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도심 속에 위치한 마을 숲은 이라는 문화체험행사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고 며칠이었지만 예쁜 조명과 조형물이 어우러져 멋진 야경을 볼 수 있었다. 🌳 다음날 아침에 나의 작은 숲은 예전 모습 그대로 돌아와 있었다. 나를 반기듯 피어 있는 코스모스와 상사화가 아니었다면 조금 쓸쓸했을 것이다. 오랜만에 ..

살며 2023.09.12

지난 여름의 기억

치과 신경치료를 하거나 다른 통증치료를 받고 나서 꼭 들르는 나만의 장소가 있다. 찬바람이 부는 계절은 호박죽. 더위가 기세를 떨치는 계절엔 콩국수. 밀가루 음식을 자주 먹지 않지만 딱히 이유도 없이 내 음식 취향은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오십견이 찾아와 눈물의 어깨도수 치료를 받고 나서도 그랬고. 몇 달 전 치과 신경치료 후에도 그랬다. 생각해 보면 나의 이 음식취향의 시작점은 어릴 적 엄마에게서 부터시작된거 같다. 농사일로 늘 바쁜 엄마는 장마가 와서 일할 수 없거나 추수를 끝내는 시기가 되어서야 어린 자식들을 챙길 수 있는 시간을 내실 수 있었다. 밭에서 수확한 노란 호박과 팥을 삶아 호박죽을 쑤시거나 콩을 불려 콩물을 갈아 국수를 만들어 주시곤 하셨다. 엄마의 음식 솜씨가 워낙에 좋기도 했..

살며 2023.09.01

<식물학자의 노트>를 읽고

🌵대지로 냬려온 잎사귀들 가을이 오고.겨울이 오면 우리는 떨어지는 낙엽을 마주 합니다. 나뭇가지에 매달려 식물에게 필요한 양분을 만들고 숨 쉬게 하던 잎은 결국 떨어지지만. 그것이 끝은 아닙니다. ~중략~ 자연에서 낙엽은 오래도록 나무뿌리 근처에 쌓여 서서히 썩어 갑니다. 매서운 바람과 자가운 눈을 맞으며 낙엽은 거름이 되고 나무를 다시 살게 하는 양분이 됩니다. 사람도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이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살아남은 것의 역사 주변에서 흔히보는 토끼풀. 달맞이 꽃. 자운영. 망초. 등은 귀화식물입니다. ~중략~ 식물의 세계에서 강하다는 말은 힘이 세다는 의미가 아니리 자신이 처한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하는 가를 뜻합니다. 인간 또한 수..

배우며 2023.06.01

오월 숲길

오월의 색을 꼽으라면 하양을 꼽을 것이다. 철쭉 같은 화려함이 지나간 숲길에 하얀 아카시아꽃과 조팝꽃이 나를 반긴다. 분홍의 벚꽃 같은 쨍한 색은 아니지만 향기로 기억되는 오월의 꽃들. 주말과 근로자의 날이 끼인 연휴여서일까. 북적이던 뒷산 산책로에 간간히 커플들만 보인다. 왜 안 그러겠나, 어딘가로 가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은 오월의 햇살이라니...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이번 어버이날에 즈음하여 해남에 어머니 뵈러 가기로 했다. 일전에 혼자 조용히 다녀오겠다 했지만 며느리가 없이 홀로 간다면 분명 걱정하실 듯하니 잘 드시는 소고기 사서 점심 먹고 오는 걸로 하기로... 친정엄마는 지근에 사셔서 가끔씩 보지만 해남에 사시는 어머니는 그럴 수 없으니 어버이날 같은 특별한 날에야 뵙게 된다. 말은..

살며 2023.05.02

그토록 따뜻한 사람

인생 살다 보면 기쁨도 슬픔도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든다. 그래서 더 가슴 뛰게 기쁘기도 하지만 반면 슬픔과 고뇌가 깊어지는지 모르겠다. 작년 10윌14일 업로드된 의 주인공 사랑하는 지인과 며칠 전 작별했다. 누구에게나 생과 사는 정해진 운명이라지만 어떻게 맞이하고 받아들이는 가는 오로지 나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다. 나와 지인들은 그 끝을 예감했고 하루하루 아끼며 서로 응원했다. 아무리 예고된 이별이라도 슬픔이 사라지거나 줄어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떠나보내는 마음이 그저 무겁지만 않은 것은 살아있는 동안 더 많은 정을 나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 남자의 아내로 엄마로 딸로 경찰로 교회공동체 일원으로 50년의 짧은 그녀의 생애. 그 마지막을 배웅하는 이들이 참 많았다. 그토록 따뜻한 사람을 또 만..

살며 2023.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