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봄의 시간들

잎새's 2024. 2. 19. 16:31

어제였다.

지인과 이제는 관광지가 아닌 사는 동네인 담양서 점심식사 후  <야생화이야기>라는 작고 아담한 동네카페를 찾았다.
크고 화려한 카페들 사이에서 마치 작은 오두막집마냥 수줍게 맞아주는 주인장을 닮은 카페.
아직 2월이라 푸르른 정원을 볼 수 없었지만 귀엽게 올라온 수선화와 히야신스 새순들을 보니 탄성이 터졌다.
명절을 지나며 입맛까지 떨어진 상태였는데 누가 만들어준 식사와 예쁜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은 명절 후 피로를 다 잊게 해 주었다.

 


지인은 어린이집 교사를 그만두고 치매인 친정엄마를 모시고 있다. 나또한 치매 초기를 진단받고 아직 일상을 살기에 무리가 있는 시어머니를 잠깐이지만 모시고 있었기에 이야기 화제가 같을 수밖에 없었다.
안타까운 점은 치매를 앓거나 병이 생기니 자식들조차 이전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리나>의 첫 문장이 인상적이였는데
행복한 가정은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자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 대목이다.

 


내 평생의 버킷리스트인 집짓기가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시어머니의 치매소식은 나뿐 아니라 다른 가족들에게도 청천벽력 그 자체였다.
한편으로 숨가쁘게 달려온 나의 삶을 돌아볼 계기가 되었으니 어찌 보면 다 쁜일도 다 좋은 일도 없는 것이 삶인 것이다.
유난히 서둘러 핀 매화꽃. 진즉부터 지난하고 겨울 찬바람을 이겨내고  고운 꽃봉오리를 피웠을 것인데 갑자기 피운 성급한 꽃이라 말하지 말자.
비로소 너의 계절이 당도했으니 찬란한 꽃망울과 더 진한 향기로 피어나길... 사랑스런 매화꽃에 말을 걸어본 어제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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