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며 74

신동엽시인과 부여...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놓은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기로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딸아이 학교에서 부여의 신동엽문학관과 그곳에서 가까운 부소산성으로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발길 닿는 어느 곳이나 아름다운 가을날이지만 문학기행이라는 점이 더욱 설레게 하는 것 같다. 8시 30분에 출발... 두 시간 정도를 버스로 달려 시인의 생가에는 라는 부인 안병선 씨의 시를 신영복 씨의 글씨로 새긴 목판이 걸려 있다. 바로 뒤편에 신동엽문학관으로 들어서면 ..

배우며 2013.10.11

수많은 처음을 위한 응원가"처음처럼"을 읽고/신영복

의 영인본 가 출간되면서 알려진 내용과 1995년 서예전에 출품된 작품중에 그림을 글과 함께 실은 신영복씨의 서화에세이집. 지금까지 필자는 '역경'을 견디는 방법에 처음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며, 처음의 마음을잃지 않기 위해서는 '수많은 처음'을 꾸준히 만들어 내는 길밖에 없다고 썼다. 처음이라는 말처럼 설렘을 주는 단어가 또 있을까싶다.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을 꺼내드는 느낌이랄까... 처음으로 노동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받고 그 돈으로 엄마에게 빨간내복을 선물하던 날... 첫 아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대면하던 날... 그 아이가 자라 처음으로 걸음마를 걷던 날... 그 아이의 사회생활 시작이된 입학식 날... 처음으로 내 차를 운전하던 날... 앞으로도 내 삶에 수많은 처음들이 일어날 것이며 그 느낌은 늘 ..

배우며 2013.09.24

"고슴도치 길들이기"를 읽고

"별일 없니?"라고 물으니 "꼭 무슨 일이 있기를 바라는 말투로군" (헉!) "오늘은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아"라고 말하니 "언제는 좋았어?" (끄응!!) "야, 지금 몇 시나 됐어?"라고 물으니 "지금 나한테 벗어나고 싶은 거야?" (황당!!!) 무런 악의 없이 보인 관심이나 말 한마디에도 가시를 잔뜩 세우는 사람들을 주위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독일의 심리치료사이자 오르겐 연주가로 활동 중인 '이름트라우트 타르 그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일명"고슴도치 딜레마"에 빠져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자신의 치료경험을 바탕으로 10가지 유형의 고슴도치들을 이해하고 나아가 그들을 대처하는 방법을 쉽게 풀었냈다. 1. 더 중요한 욕구와 타협하라 (네 생각을 이해는 하지만 너와 약간 달라. 내 ..

배우며 2013.08.13

매일 매일이 특별한 날이야

몇 해 전, 부인과 사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동창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친구가 부인의 물건을 정리하다가 실크 스카프 한 장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이 뉴욕을 여행하던 중에 유명 브랜드 점에서 구입한 것이었습니다. 아주 고상하고 아름답고 고급스러워서 그런지, 그렇게 애지중지하면서도 차마 쓰지도 못하고 아주 특별한 날만을 기다렸답니다. 친구는 이야기를 여기까지 하고 말을 멈추었습니다. 잠시 후 친구가 말을 이었습니다. "절대로 소중한 것을 아꼈다가 특별한 날에 쓰려고 하지 마.. 네가 살아있는 매일매일이 특별한 날이야." 하루하루가 우리에게는 가장 특별한 날입니다. 지금 이 순간만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입니다. 지금이 가장 소중합니다. 지금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한 사람들이 가..

배우며 2013.06.17

이철수의"웃는마음"을 읽고

"책은 도끼다"라는 책에서 소개되어 알게 된 이철수라는 판화가. 그의 이력은 참 다채롭다. 1980년대 민중판화가로 널리 알려지기도 했으나 돌연 1987년 충북 제천 박달재 아래 산골마을로 귀농하여 논과 밭을 일구는 농부가 되어 자연에 대한 삶의 성찰과 인간관계등 을 주제로 나무에 삶을 새기는 판화가로 변모한다. 이 책은 작가 박원식이 2년의 기간 동안 이철수판화가와 만나며 나눈 인터뷰형식의 글이다 "산벚나무, 꽃피었는데"라는 판화집이 절판되었고 몇 달 전 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되었던 판화전 조차 놓친 차라 그의 판화작품과 글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그가 직접 그린 그림과 짧은 엽서식 글들을 묶어 "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 "가만가만 사랑해야지 이 작은 것들"같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소박한 그의 성품과..

배우며 2013.06.11

아는 것을 실천하는 힘"책은 도끼다"를 읽고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공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 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되는 거야" - 카프카의 중에서 한 달에 두세 권씩 일 년이면 서른 권 정도 독서를 하고 있고 블로그에 독서 후기를 올리고 있으니 이 정도면 어딜가도 부끄러움은 면할 독서량이라 생각했다. 나에게 책은 인생길을 걸으며 곤할 때 기대는 벗이자, 스승 같은 존재다. 그런데 저자는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말한다. 감수성을 깨우는 도끼가 되지 않으면 책은 서가에 먼지만 쌓인 책과 진배 없다고 주장한다. 어떤책은 흘려 읽기 해야 할 수준의 책이 있고 어떤 책은 문맥으로 읽어야 할 책이 있는가하면 한 문장 한 문장 찍..

배우며 2013.05.15

삶이 라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항해이야기"파이 이야기"를 읽고

"소설의 운명은 반은 작가의 몫이고 반은 독자의 몫이다. 독자가 소설을 읽음으로써 작품은 하나의 인격체로 완성된다" 말하는 저자 얀마텔. 끝이 안 뵈는바다를 무시무시한 벵골호랑이와 227일간의 투쟁 같은 모험담 안에는 삶의 깊은 사유가 담겨있다. 책 속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독자의 몫으 로 남기는 그야말로 이야기꾼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네 작은 도서관에서 빌리며 일주일 만에 완독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4일 만에 마지막페이지를 넘기 고 3일 만에 후기를 올리고 있으니 결국 납기일은 지킨 셈이다. 책을 좋아하는 다정한 어머니, 인도의 폰디체리동물원을 운영하는 아버지, 운동이라면 무엇이든 좋아라 하는 형과 함께 다복한 유년시절을 보내는 주인공 파이파텔. 그의 본명의 피신 몰리토 파텔이지만 '오줌 누는'이..

배우며 2013.04.22

존중에서 시작되는 인간관계의 연금술 "당신 참 괜찮은 사람이야"를 읽고

며칠 전 농담처럼 남편에게 "당신 알고 보면 참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던진적이 있다. 이유인즉, 전날 과음해서 피곤에 지칠 법도 한데 가장이 무엇인지 8시 출근 을 위해 나서는 뒷모습이 측은하기도 하고 대단해보여 던진 말이었다. 뭐 그리 이뻐서 한말이 아니었는데도 그 말에 기분 나쁘지 않았는지 유난히 기분좋은 얼굴을 하고선 퇴근길, 귤 한 박스 배달까지 해주시더라는^^ 나간 말로 던진 칭찬의 말이, 남편의 하루를 기분좋게 한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양창순 씨는 신경정신과 의사로 임상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개인, 기업. 조직의 인적관리와 경영전략에 관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다른 저서로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등 주로 인간관계의 기술을 다루고 있다. 양창순 씨가 만난 사람들은 내면의 ..

배우며 2013.01.22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정채봉

미약한 검불에도 향기가 있을 수 있느냐는 물음이 있어 이 글을 썼노라 말하는 이 책의 저자 정채봉. 1946년 전남의 승주에서 태어나 2001년 암투병 끝에 소년의 마음으로 동화 같은 시와 에세이를 남겼다. 이 책을 접하게 된 9월은 유난히 안팎으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생겨 마른 잎처럼 바스락 거리던 시기였다. "기쁨은 첫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데 반해 불평은 묵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니 처음 둥지를 틀던 첫 마음으로 돌아가십시오"-p.38 삶이라는 항해를 하는 동안 좋은 날만 만나면 좋으나 천둥 치며 요동하는 날에는 처음 품었던 마음을 떠올리며 노 저어 가야 한다. 여름날 바다에 온 소녀들이 감나무 그늘에 않아 쉬며 떠들었다. "너 생각해 보았니? 우리가 무엇 때문에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 시집가는 일도..

배우며 2012.11.14

마흔이후 나의 가치를 발견하다/소노 아야코

중년이란, 이세상에 신도 악마도 없는 단지 인간 그 자체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시기이다. 인간인 이상 누구도 완전할 수는 없다. 저마다 버릇과 고집이 있게 마련이며 완벽함이란 있을 수 없다.-p.13 요즘들어 오래된 한옥이나 고풍스런 가구나 물건들을 보면 묘한 끌림이 있다. 30대엔 느끼지 못하던 우리것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소노 아야꼬는 나이듦에 대한 후회나 아쉬움보다 청춘에게서 볼 수 없는 "중년의 멋"을 조목조목 써내려갔다. 내가 지금 소유한 값진 물건이나 소중한 사람들..모든것이 손에 넣은 순간부터 잃어버릴 위험이 있으니 깊은 애착을 갖지 않을 일이며 내 손에 그런것이 없다하여 대단한 비극처럼 여길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녀의 생각에 어느정도 공감이 된다 중년 이후, 외모는 온..

배우며 2012.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