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나날들이 무사하기를 315

나의 작은숲

🌵 나를 키우며 사는 일/문태준 스스로 심지를 굳게 하는 일 헐거워지는 하루를 사는 일 마음이 원하는 촉으로 잘 자라게 하는 일 쓸데없는 걱정을 내보내는 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사는 일 일의 문제는 바깥에서 찾지 말고 내 마음에게서 찾는 일 마음 바탕에 고요를 심는 일 말과 생각과 행동의 뒤를 살피는 일 💡 한 낮은 30도를 넘나드는 늦더위에도 9월 숲의 풍경은 가을이 당도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도심 속에 위치한 마을 숲은 이라는 문화체험행사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고 며칠이었지만 예쁜 조명과 조형물이 어우러져 멋진 야경을 볼 수 있었다. 🌳 다음날 아침에 나의 작은 숲은 예전 모습 그대로 돌아와 있었다. 나를 반기듯 피어 있는 코스모스와 상사화가 아니었다면 조금 쓸쓸했을 것이다. 오랜만에 ..

살며 2023.09.12

지난 여름의 기억

치과 신경치료를 하거나 다른 통증치료를 받고 나서 꼭 들르는 나만의 장소가 있다. 찬바람이 부는 계절은 호박죽. 더위가 기세를 떨치는 계절엔 콩국수. 밀가루 음식을 자주 먹지 않지만 딱히 이유도 없이 내 음식 취향은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오십견이 찾아와 눈물의 어깨도수 치료를 받고 나서도 그랬고. 몇 달 전 치과 신경치료 후에도 그랬다. 생각해 보면 나의 이 음식취향의 시작점은 어릴 적 엄마에게서 부터시작된거 같다. 농사일로 늘 바쁜 엄마는 장마가 와서 일할 수 없거나 추수를 끝내는 시기가 되어서야 어린 자식들을 챙길 수 있는 시간을 내실 수 있었다. 밭에서 수확한 노란 호박과 팥을 삶아 호박죽을 쑤시거나 콩을 불려 콩물을 갈아 국수를 만들어 주시곤 하셨다. 엄마의 음식 솜씨가 워낙에 좋기도 했..

살며 2023.09.01

<식물학자의 노트>를 읽고

🌵대지로 냬려온 잎사귀들 가을이 오고.겨울이 오면 우리는 떨어지는 낙엽을 마주 합니다. 나뭇가지에 매달려 식물에게 필요한 양분을 만들고 숨 쉬게 하던 잎은 결국 떨어지지만. 그것이 끝은 아닙니다. ~중략~ 자연에서 낙엽은 오래도록 나무뿌리 근처에 쌓여 서서히 썩어 갑니다. 매서운 바람과 자가운 눈을 맞으며 낙엽은 거름이 되고 나무를 다시 살게 하는 양분이 됩니다. 사람도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이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살아남은 것의 역사 주변에서 흔히보는 토끼풀. 달맞이 꽃. 자운영. 망초. 등은 귀화식물입니다. ~중략~ 식물의 세계에서 강하다는 말은 힘이 세다는 의미가 아니리 자신이 처한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하는 가를 뜻합니다. 인간 또한 수..

배우며 2023.06.01

오월 숲길

오월의 색을 꼽으라면 하양을 꼽을 것이다. 철쭉 같은 화려함이 지나간 숲길에 하얀 아카시아꽃과 조팝꽃이 나를 반긴다. 분홍의 벚꽃 같은 쨍한 색은 아니지만 향기로 기억되는 오월의 꽃들. 주말과 근로자의 날이 끼인 연휴여서일까. 북적이던 뒷산 산책로에 간간히 커플들만 보인다. 왜 안 그러겠나, 어딘가로 가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은 오월의 햇살이라니...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이번 어버이날에 즈음하여 해남에 어머니 뵈러 가기로 했다. 일전에 혼자 조용히 다녀오겠다 했지만 며느리가 없이 홀로 간다면 분명 걱정하실 듯하니 잘 드시는 소고기 사서 점심 먹고 오는 걸로 하기로... 친정엄마는 지근에 사셔서 가끔씩 보지만 해남에 사시는 어머니는 그럴 수 없으니 어버이날 같은 특별한 날에야 뵙게 된다. 말은..

살며 2023.05.02

그토록 따뜻한 사람

인생 살다 보면 기쁨도 슬픔도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든다. 그래서 더 가슴 뛰게 기쁘기도 하지만 반면 슬픔과 고뇌가 깊어지는지 모르겠다. 작년 10윌14일 업로드된 의 주인공 사랑하는 지인과 며칠 전 작별했다. 누구에게나 생과 사는 정해진 운명이라지만 어떻게 맞이하고 받아들이는 가는 오로지 나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다. 나와 지인들은 그 끝을 예감했고 하루하루 아끼며 서로 응원했다. 아무리 예고된 이별이라도 슬픔이 사라지거나 줄어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떠나보내는 마음이 그저 무겁지만 않은 것은 살아있는 동안 더 많은 정을 나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 남자의 아내로 엄마로 딸로 경찰로 교회공동체 일원으로 50년의 짧은 그녀의 생애. 그 마지막을 배웅하는 이들이 참 많았다. 그토록 따뜻한 사람을 또 만..

살며 2023.04.20

그땐 몰랐다

간다는 인사조차 남기지 않고 떠난 연인처럼 3월이 훌쩍 떠난 자리에 그렇게 4월이 당도해 있었으니... 늘 지나버린 시간들 앞에 속수무책인 편이지만 올봄은 더 그렇다. 늦추위와 봄바람에 겨울옷과 봄옷이 공존하던 옷차림처럼 3월도 정신없이 흘러갔고 정신 차리고 보니 봄의 한가운데에 멋쩍게 서 있었다. 그런 나조차 벚꽃엔딩을 보겠다며 주말을 맞아 봄꽃을 보는 연인과 가족들 사이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엄마는 언니들과 나들이 갈 때, 본인 사진은 찍지 말라고 부탁하곤 하셨다. 그때는 왜 그러시는지 이해되지 않고 서운해했었는데 그땐 몰랐었다. 가는 세월의 흔적을 무엇으로 이긴단 말인가... 광고에서 떠들어 대는 콜라겐을 아무리 먹은다고 해도 비싼 화장품이며 관리기로 지울 수 있는 것이 아..

살며 2023.04.03

선택이 아닌 필수

새벽부터 내리는 봄비는 파종을 앞둔 농부들뿐 아니라 봄꽃같은 생명들에게 그야말로단비였을 것이다. 이 비로 남부지방의 오랜 가뭄이 해갈 되지는 않겠지만 오랫 만에 찾은 벗처럼 반갑다. 6개월만에 찾은 병원에서 건강을 더 챙겨야 한다는 담당의 충고에 새로이 마음을 다잡는다. 이번에는 신문물을 이용해서라도 운동의지를 불살라 보려는 노력이 통해야 할건디 :) 최근에는 스마트폰기능에 BMI나 기초대사량. 근골격량 같은 신체의 건강을 체크할 수 있다. 체중계가 고장나 인바디체크 하는 가성비 좋은 체중계를 쿠팡에서 구매했다. 친절하게도 스미트폰에 연동되어 건강한 식단과 운동량같은 항목의 꾸준한 체크가 가능하다. 건강한 삶은 스스로 저절로 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식사처럼 챙겨야 하는 것으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

살며 2023.03.23

나의 봄

출근길 풍경, 물오른 봄꽃들이 여기저기 난리건만 하늘은 환한 봄꽃이 무색하게 미세먼지로 잔뜩 흐린 하늘. 봄을 알리는 찬란한 것들은 매화 같은 봄꽃도 있으나 초등학교 입학을 한 병아리들의 뒷모습은 더 사랑스럽다. 자기 체구만 한 가방을 메고 엄마 손을 잡고 걷는 걸음에 설렘과 불안함이 느껴진다. 오래전, 두 아이가 입학하던 날이 떠오른다. 사는 아파트 바로 앞에 초등학교가 위치하다 보니 여유가 넘쳐 늦어지기 일쑤, 잔소리를 했던 기억들. 전날 비예보가 있어 우산을 챙겨 주어도 괜찮다 우기더니 비가 쏟아져 우산 들고 학교 정문 앞에서 기다리던 일. 한때는 더디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여 어서 지나길 바랐던 적도 있었으나 엄마의 보살핌이 더 이상 필요없는 사회인이 되고 보니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앞에 그저 당황..

살며 2023.03.07

그 어디쯤...

나는 그 어디쯤 서 있을까... 열정과 냉정 그 어디쯤... 비범과 평범 그 어디쯤... 행복과 불행 그 어디쯤... 오랜만에 오른 뒷산 정상에서 바라본 무등산. 그저 무심한 듯 내려다보는 듯해도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을 것이다. 2월의 추위에 무등산 정상에 쌓인 눈조차 봄햇살에 언제고 놓을 것이고 온통 초록의 세상으로 물들일 것이다. 옆지기가 어깨수술 앞두고 있어 마음이 심란했던 차, 눈이 보이는 것이 크고 넓어 그런가. 잠시 마음이 웅장해지고 살아갈 용기를 한 스푼 얻었다.

살며 2023.02.21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부부로 만날 수 인연은 대체 얼마 큼의 기적이 깃들어야 가능할까. 인간의 생로병사의 문제와 비견할 정도는 아니지만 부부의 인연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 해도 사는 일은 별개여서 서로 다른 성격과 라이프 스타일을 지닌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은일. 삶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제 각기 여서 두 사람의 의견을 좁힌다는 것은 어느 한 사람의 생각을 수용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끝내 합의점에 다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최근에도 겪은 바 있어 당혹스러운 순간이 찾아오고야 말았으니... 요즘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MBTI)를 백프로 맞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런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였다면 오래도록 상처로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내향적인 기질인 ..

살며 2023.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