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오월 숲길

잎새's 2023. 5. 2. 13:16


오월의 색을 꼽으라면 하양을 꼽을 것이다.
철쭉 같은 화려함이 지나간 숲길에 하얀 아카시아꽃과 조팝꽃이 나를 반긴다.
분홍의 벚꽃 같은 쨍한 색은 아니지만  향기로 기억되는 오월의 꽃들.
주말과 근로자의 날이 끼인 연휴여서일까.
북적이던 뒷산 산책로에 간간히 커플들만 보인다.
왜 안 그러겠나, 어딘가로 가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은 오월의  햇살이라니...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이번 어버이날에 즈음하여 해남에 어머니 뵈러 가기로 했다.
일전에 혼자 조용히 다녀오겠다 했지만 며느리가
없이 홀로 간다면 분명 걱정하실 듯하니 잘 드시는
소고기 사서 점심 먹고 오는 걸로 하기로...
친정엄마는 지근에 사셔서 가끔씩 보지만 해남에 사시는 어머니는 그럴
수 없으니 어버이날 같은 특별한 날에야 뵙게 된다.
말은 안 해도 고마운지 아무 말 없는 남편.
인지상정이니 그도 알 것이다.

일요일에 작은 언니의 딸이 신혼집이 있는 서울서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조카의 결혼식을 축하하러 가는 길 쉽지 않을 듯하다.  
휴일 아침 일찍 광주에서 대형버스를 대여해서 가야 하니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오월 첫날. 아카시향 가득한 숲길 걸으며 오월의 신부가 될 조카의 행복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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