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잎새's 2023. 2. 8. 15:49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부부로 만날 수 인연은 대체 얼마 큼의 기적이 깃들어야 가능할까.
인간의 생로병사의 문제와 비견할 정도는 아니지만 부부의 인연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 해도 사는 일은 별개여서 서로 다른 성격과 라이프 스타일을 지닌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은일.

삶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제 각기 여서  두 사람의 의견을 좁힌다는 것은 어느

한 사람의 생각을 수용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끝내 합의점에 다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최근에도 겪은 바 있어 당혹스러운 순간이 찾아오고야 말았으니...

요즘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MBTI)를 백프로 맞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런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였다면 오래도록 상처로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내향적인 기질인 내가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남자를 만나 살고 있고 직관적이며

감정적인 면이 강한 내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을 만났으니 삶은 그야말로

수많은 날을 홀로 고민한 지난날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삶은 전쟁터 아닌 전쟁터여서 육아와 일 그리고 인간관계의 전반적인 라이프

방식이 같은 것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부부라는 이름으로 27년을 살아왔으니 오은영선생님이라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 분명하다.

웃기는 것은 전혀 그럴 거 같지 않던 남편이 부부상담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모습이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였다.

 

언젠가 tv에서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라는 노래를 들으며 

'우리도 그렇게 나이 들어가겠지, 그것도 나쁘지 않겠구나'싶은 생각과

 합리적이고 행동지향적인 사업가형인 그가 센서티브한 나를 만나 

사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 출장 후 어깨에 무리가 가서 병원을 찾았다가 인대파열로 수술을 앞둔 남편.  

회사일을 대충 마무리 짓고 수술하겠다고  미뤄두고 있었는데

2주 후에 잡힌 수술일정을 생각하니 더 마음이 짠해진다.

앞으로 닥칠 일들이 걱정스러운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특기인 차분히 상황을 파악하고 끝까지 견디는 삶의 태도를 놓지 말자! 

 

 

이병률 산문집 <끌림>중에서 옮긴 사진과 글.

 

하지만 내가 하지 못한 말.

두 사람이 마음으로나마 한 집에 사는 것.  한 사람 마음에 소나기가 내리면

다른 한 사람은 자기 마음에다 그 빗물을 퍼내어 나누며 담는 것.

그렇게 두 마음이 한 집에 사는 것.  한 마음은 다른 마음에 기대고,

다른 마음은 한 마음속에 들어가 이불이 되어 오래오래 사는 것.

내가 생각하는 한 그것이 진정 인연일 터이니 우리는 그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는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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