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며

삶으로의 여행<여행의 이유를 읽고>

잎새's 2022. 7. 18. 16:09

여행의 이유 / 김영하(2019년 문학동네)

2022. 7. 17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 한 바 있다(p.87)  인류는 오래전부터 이동의 본능을 충실히 잘 따르고 있는가도 모르겠다. 휴가철을 맞아 며칠 전부터 계획하고 짐을 싸기 바쁜 것을 보면...

지금이야 재미와 의미를 따진다지만 그 시절의 인류는 생존의 문제였을 것이다. 인류는 늘 여러 이유로 삶이 고단했지만 21세기의 인류도 코로나와 경기불황까지 이어지며 유래 없는 스트레스상황에 놓여있는 듯하다.

전쟁과 분쟁에 내몰린 사람들은 생사의 기로에 서있으니 그 불안과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을 것이다. 2022년 일상이 차츰 회복되고 있지만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기에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행은 그런 인류에게 숨 쉬는 숨구멍이 되기도 할 것이며 지금 나에게 새로운 내일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갖고 지금, 여기의 삶을 살아갈 원동력 같은 것.

작가에게는 20년 전 상하이 푸둥 공항에서 추방당한 경험과 23살 대학시절, 첫 해외여행을 떠나며 비행기 안에서 붙이던 멀미약이 바로 그런 것. 80년대 민주화운동과 함께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이 겹치며 여행이라는 단어 안에 응축된듯하다.

작가의 말처럼 인생은 여행에서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도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에 흘러간다고 썼다.

낯선 곳이든 매일 마주하는 일상이든 누군가와 잠시 머물다 떠나는 여행자처럼 서로에게 안부를 묻기도 하고 때론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 삶. 지구별에서의 삶이 여행자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러니 너무 유난을 떨며 경쟁하듯 치열하게 사는 삶만 선택하지 말기를...

 

 

p.22

우리의 내면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강력한 바람이 있다. 여행을 통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자연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그런 마법적 순간들을 경험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p.66

호텔에선 언제나 삶이 리셋되는 기분이다. 호텔은 집요하게 기억을 지운다. ~ 일상사가 번다하고 골치 아플수록 여행지의 호텔은 더 큰 만족을 준다. ~ 삶이 부과하는 문제가 까다로울수록 나는 여행을 더 갈망했다.

p.109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p.155

실뱅테송은 <여행의 기쁨>에서 괴테를 인용하면서 여행을 할 때 나는 언제나 가능한 모든 것을 낚아 챈다라고 말한다.

p.185

남의 땅에서 우리의 힘은 약해진다. 약해지기 때문에 더 더욱 자기 존재를 타인으로부터 확인받고 싶어 한다. 그럴 때 우리는 그들의 환대와 진정, 선물이 필요하다. ~ 그러니 현명한 여행자의 태도는 키클롭스 이후의 오디세우스처럼 스스로를 낮추고 노바디로 움직이는 것이다. ~ 2800여 년 전에 호메로스는 여행자가 지녀야 할 바람직한 태도를 오디세우스의 변화를 통해 암시했다. 그것은 허영과 자만에 대한 경계, 타자에 대한 존중의 마음일 것이다.

p.197

인간은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과 대면한다.

p.205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 그것은 독자가 왜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읽는가와 비슷할 것이다. 여행은 고되고, 위험하며, 비용도 든다. 가만히 자기 집 소파에 드러누워 감자칩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게 돈도 안 들고 안전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안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그렇게 고양된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 복귀한다. 아니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된다.

p.213

여행에서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도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에 흘러간다. 낯선 곳에 도착한 이들을 반기고, 그들이 와 있는 동안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다 가도록 안내하는 것, 그것이 이 지구에 잠깐 머물다 떠나는 여행자들이 서로에게 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