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늘 그대

잎새's 2022. 12. 31. 10:30


늘 그대

어쩌면 산다는 건 말이야
지금을 추억과 맞바꾸는 일
온종일 치운 집안 곳곳에
어느새 먼지가 또 내려앉듯
하루치의 시간은 흘러가

뭐랄까 그냥 그럴 때 있지
정말 아무것도
내 것 같지 않다고 느껴질 때

가만히 그대 이름을 부르곤 해
늘 그걸로 조금 나아져
모두 사라진다 해도 내 것인 한 가지
늘 그댈 향해서 두근거리는 내 맘

오늘이 멀어지는 소리
계절이 계절로 흐르는 소리
천천히 내린 옅은 차 한잔
따스한 온기가 어느새 식듯
내 청춘도 그렇게 흐를까

뭐랄까 그냥 그럴 때 말이야
더는 아무것도
머무르지 않는 게 서글플 때

숨 쉬듯 그대 얼굴을 떠올려봐
늘 그걸로 견딜 수 있어
모두 흘러가 버려도 내 곁에 한 사람
늘 그댄 공기처럼 여기 있어
또 가만히 그댈 생각해
늘 그걸로 조금 나아져
모두 사라진다 해도 내 것인 한 가지
늘 그댈 향해서 두근거리는 내 맘
늘 그대 곁에서 그댈 사랑할 내 맘


12월 30일 연말에 월말이 겹쳐 오전 중으로 처리할 일이 많은 부산한 하루.
그런 중에 떡집에 들러 묵은쌀로 떡국 떡대를 맡겼다.
오늘 중으로 업체 결제를 해주어야 결산이 끝나기에
카페인의 힘을 빌리기 위해 늘 가던 회사 근처 카페를 들렀다.
점심 후 직장인들의 아지트가 되어 버린 카페, 더 이상 나만의
작은 쉼터가 될 수 없음을 직감하고 회사로 발길을 돌려야 했고 그렇게

부산스러운 일과가 끝났다.

힘든 하루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집안일, 별거 안 해도 먼지는 늘 쌓이고
그렇다 하여 다음으로 미루면 반드시 티가 나는 집안일.
언니가 시골서 직접 수확해준 유자로 유자청을 오늘은 담아야 한다.
코로나 이후 목상태가 좋지 않으니 꼭 담아 먹으라는 언니의 말이 귓가에 돈다.
'그래 어차피 죽으면 썩어질 육신, 마지막 발버둥이라도 쳐보자'
그렇게 향기로운 유자와 씨름을 끝내고 나니 10시를 훌쩍 넘겼다.
그때, 티브이 속에서 흘러나오는 곡, 가수 성시경이 오랫동안 코로나로 공연을
못하니 동료 선후배와 함께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마지막 출연자로 양희은 씨가 나오고 <늘 그대>이라는 곡을 듣자마자
마음 한켠이 쿵~
아주 가끔, 좋은 책과 좋은 음악. 좋은 그림을 만나면 내 심장이 쿵쾅 댄다.
노랫말이 지금 나에게 해 주고 싶은 위로처럼 들렸다.
원곡도 좋고, 성시경과 듀엣으로 부른 곡도 좋지만, 조발라더 규현의 노래도 좋다.
올 해의 끝에서 발견한 보석 같은 곡을 한참 동안 듣고 또 듣고...
이 글이 올 해의 마지막 포스팅이 되겠구나 싶으니 아쉬운 마음과 함께
나의 블친들과 같이 듣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득 스쳤다.
23년도 늘 그대와 공기처럼 같이 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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