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뱅쇼를 마시며

잎새's 2023. 1. 18. 21:14

 

 

 

아이들 어릴 때, 동네 작은 도서관은 아이들뿐 아니라 엄마들에게도

육아나 살림으로 지친 시절에 쉼터 같은 공간이었다.

학교를 보내고 바느질이나 독서모임 같은 소소한 모임을 하며 시작된

인연이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세월이 흘러 도서관 운영이 어려워지자 도서관지기 선생님은

어쩔 수 없이 정리하고 타 지역으로 떠나게 되었지만 그 시절,

아빠들까지 모임을 하였던 좋은 추억이 있어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식사하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었다.

 

도서관선생님의 아들이 수능 치르고 서울에 있는 대학 기숙사로

들어가게 되어 같이 식사 자리를 함께 가졌다.

도서관에서 또래 친구들과 함께 놀던 말썽쟁이 남자아이가 어느새

자라 대학생이 되어 남편이 주는 술잔을 받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밤늦도록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용돈이며 해외 다녀온 기념품을 건네주었더니

이쁘게 포장된 화장품이며 과일상자에 뭔가를 주며 겨울 가기 전에

꼭 만들어 보라며 건넨 것은 뱅쇼키트가 들어 있었다.

뱅쇼를 먹어본 기억은 있으나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나였지만

친절하게도 사용설명서와 함께 키트가  잘 나와 있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으니 걱정 말라는 말과 함께 겨울 가기 전에 꼭 도전해 볼 것을 당부했다.

 

그리하여 어제, 명절을 앞두고 정신없는 와중에 선물 들어온 와인 한 병을 

꺼내 남편에게 뚜껑을 따달라고 해서 사용설명서대로 따라 해 보았다.

시나몬과 정향의 향인지 기가 막힌 향이 집안 전체를 감돌고 꿀을

넣었더니 달콤한 와인의 맛이 술을 못하는 나에게도 딱이다 싶다.

달콤한 뱅쇼를 홀짝홀짝 마시며  명절 앞두고 노곤해진 게 여러 생각이 스친다.

신년에 "삶의 결심"을 다지던 그 마음이 느슨해지고 있던 요즘,

매일 아침 1분의 시간을 들여 스트레칭 습관을 들이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없는 의지라도 불살라  다시 도전해 보기로 한다.

명절준비, 고생스럽다고 생각지 말고 기분 좋게 하자.

이것은 27년 차 주부의 짬에서 나오는  여유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따뜻하고 달콤한 뱅쇼 때문일지도...

아무렴은 어떤가... 이것이 인생일진대...

 

 

<뱅쇼 만드는 방법>

재료: 와인 1병(탄닌감이 적은 레드와인, 저렴한 것), 시나몬스틱 1~2개 

정향 1~5개, 팔각 1~3개, 물 200ml, 꿀 or설탕(2~5스푼)

건조과일(오렌지, 자몽, 레몬, 사과칩) or겨울과일(사과, 귤, 배) 

 

1. 와인 1병을 물과 재료를 냄비에 넣고 끓입니다.

2.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15분 정도 끓여줍니다.

(향신료를 싫어한다면 향신료는 나중에 넣어주세요.

3. 취향에 따라 꿀이나 설탕을 넣고 3분간 더 끓여줍니다.

4. 불을 끄고 30분간 휴지 하여 향과 맛을 우려냅니다.

5. 식으면 재료를 걸러내고 냉장 보관하세요.

(냉장 보관은 7일 이내)

 

우리나라에 쌍화탕 같은 감기나 피로에 좋은 겨울철 건강음료로

탄산수나 얼음에 넣어 드시면 시원한 음료가 되고

드실 때 살짝 데워 따뜻한 차로 마시면 더 좋아요.

명절 전, 후 선물 받은 와인과 과일로 만들어 보세요~

 

vin cha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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