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12월의 이야기

잎새's 2019. 12. 9. 16:52

 



나는 김애령씨가 말했듯이 "삶을 아름답게 하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12월이 되면 예전에 엄마가 그러했듯이 월동준비란 것을 한다.

누가 가르친것도 아닌데 유년의 기억 너머에 부지런한

엄마에게서 배운것이리라.



그 시절, 김장을 그득 채운 항아리며 창고 천정에 닿을듯 채운 까만 연탄들...

추위에 약한 노란 늙은 호박은 장농위에 다소곳이 올라가 있었고

고구마는 안방의 한 구석을 제 자리인양 차지하며

 호박죽이며 고구마튀김으로 군고구마로

한 겨울 추위 조차 잊게한 추억의 간식이였다.

 


고향집같은 주택이 아니라 겨울이면 난방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고구마나 늙은 호박을 방에 쌓아 둘 필요도 그럴 수도 없다.

그러나 그때보다 좋아진 문명이 있었으니 김치냉장고 라는 신문물.

김치보관도 용이하고 예전 엄마시절만큼 힘들이지 않아도 가능한 월동준비다.

 작년은 아들이 있어 20포기(40kg) 올 해는 그 아들 조차 군에 있으니

10포기(20kg) 해남절임배추로 주문했다.

올 해는 태풍피해로 배추작황이 좋지않아서 가격이 상승했지만그래도

집안에서 절이는 수고와 농부의 수고를 생각한다면 충분한 댓가지불이라 생각한다.

 


작년엔 남편과 둘이 담는 김장 인지라 내 손이 많이 갔지만 김장을 11월에 마친

엄마덕에 엄마와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며 금방 마칠 수 있었다.

엄마덕에 난 농탱이 아닌 농탱이를 부리며 엄마모습을 동영상을 남겼다.

 해마다 늙으신 엄마의 모습에 애잔하지만 이렇게라도 엄마와의 하룻밤을

잘 수 있고 추억을 쌓을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였다.

우리엄마, 용돈을 드렸더니 화를 내셨지만 은근 싫어하시지 않으셨다^^

 


모든게 급변하고 빨라지는 세상이지만 가족간의이런 실갱이,

아름다운 김장문화같은 것은 여전하길 바래본다.

이 모든게 내 삶을 아름답게 채우는 12월의 이야기로 남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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