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화려한 휴가...

잎새's 2011. 8. 5. 23:05

 

 

 

말이란게 본시 화살시위에 당겨진 화살같은 것인지라  뱉고 난 후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출근길 아침을 먹으며 도란도란 나눈이야기가 독화살이 되어 내 가슴에 박힌 사건이 있었다.

방학중이라 아이들과 시름하던 차 무던히도 참았던 내 인내심에 바닥이

나고야 만것... 남들과 같은 주말연휴도 휴가도 없었던 8월을 보내면서도

군말없이 잘 지내왔었는데...모든게 일순간에 무너지고야 말았다.

  

오늘은 누구의 아내로 엄마로서가 아닌 내 자신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고

얼음물에 썬그라스를 챙기고 유스퀘어로 향했다.  나만의 화려한 휴가를 위해!

"퀵"이라는 스펙타클 어드벤쳐 스피디한 영화덕에  맘껏 웃으며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다.

해운대에서 열연했던 두남녀배우와 감초역할을 한 조연배우들이 극의 마지막까지 긴장감과

재미를 더했던 영화를 본 후 다음 행선지는 유스퀘어관 1층에 자리한 영풍문고.

 

 

여름방학을 맞아 부모님과 동행한 아이들 손님을 비롯해 터미널에서 빠져나온 피서객까지...

그와중에서도 그윽한 책냄세와 시원한 에어컨바람을 세며 2시간가량 독서삼매경에 빠져

점심때도 놓치고 4시가 넘어서야 백화점 지하 식당코너에서 맛난 새우튀김우동을 먹는 맛도 그지 없이 좋았다. 

평소에 나였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 오늘 만큼은 가능한 이상한 용기가 생기는 날. 살다보니 이런날도 있나 싶다.

 

나만을 위한 휴가였다지만 이놈의 천성은 어쩌지 못하여 백화점에서 쇼핑한것이라곤

아이들옷과 우리집 남자옷이 전부였다.

6시가 되어서야 하루만의 화려한 휴가는 끝이 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안은 퇴근하는 이와 피서객들의 귀가인파가 북새통이 였다. 

버스안의 사람들 속에서 커다란 깨달음을 얻었다. 

이렇게도 많은 사람중에  도대체 어떤 인연이 있었기에 우리는'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났는지...

그럼에도 그 귀한 인연인 '가족'에게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받는지...

8월의 무더위에, 혹은 독화살이 되어 돌아온 말 한마디에, 무너질 수도 무너져서도 안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