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 보니 모든 게 엉망이 되어 있었다.
아침마다 따뜻한 물로 머리를 감고 씻는 것.
냉장고며 세탁기, 밥솥이 나의 일을 대신해주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이뤄지지 않아 공황상태에 빠져 본일이 있는지...
주일 아침, 출근하는 남편을 보내고 아이들을 깨워 아침을
먹여 교회를 보내려고 가스를 켰는데 점화가 되지 않았다.
온수도 나오질 않고.. 집안의 등들도 켜지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
"분명 좀 전까지 TV며 온수가 나왔는데..."
누전차단기가 내려오는 것을 보니 어딘가에 합선이 되는 것 같았다.
이른 아침이라 이웃에게 전화하기 미안해 9시가 되어서야 아래층에
전화를 했지만 그 집은 멀쩡하다는 사실...
대충 씻고 아침도 거르고 아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날다시피 왔다.
날씨가 따뜻해진 터라 냉장고 안의 음식물상태가 걱정이 되어 집에 오자마자 AS센터에 문의
했더니놓을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냉장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점이었다.(냉장고에서 타는 냄새가..)
수리 전, 냉장고 안의 음식들을 꺼내놓고 본의 아니게 청소까지 하게 된 것^^
아이들의 점심은 가스버너로 끓인 라면으로 대신하고
기사분이 상태를 보더니 냉장고 부품 하나가 문제가 되어 누전이 됐다는 것.
칠만사천 원을들여 고친 냉장고를 들여다보니 새삼스레 소중한 물건이라도
되는 듯 한번 쓸어 주었다.
"네가 다시 돌아와 주어 고맙다. 조금 더 기운을 내서 곁에 있어주라. 응~"
그렇게 정신없는 아침을 보내고 모든 사태가 일단락되려나 싶었다.
점심 먹은 그릇들을 설거지 하려는데 이번엔 수도꼭지관의 어딘가에서 물이 줄 줄이다.
이래저래 심란하기만 하루를 보내고 있을 즈음, 퇴근하고 사태를 파악한 남편 왈
" 내가 없으니 집안꼴이 말이 아닌 게야!" 란다.
늘 바쁜 우리 집 남자가, 오늘 하루 겪었을 일이 맘이 쓰였던지
치킨을 시켜주어 행복한 저녁 한 때를 보냈다.
'집안의 물건들은 고장 나면 바꿀 순 있지만 가족들이 아프면 어쩌겠나...'
치킨을 먹으며 까르르 웃는 식구들 얼굴을 보노라니 혼자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아침부터 맘이 심란하고 돈지갑도 가벼워진 하루였으나 아주 단순하지만 소중한 삶의
가치를 또 하나 알게 된 일요일 저녁이 그렇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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