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완두콩과 엄마

잎새's 2020. 6. 3. 13:33

 

 

 

오래된 기억 저편에 밥솥 위에 꼬뚜리채 삶은 완두콩을 즉석으로

흰밥 위에 올려 주신곤 했는데. 특별히 가린 음식이 없었던 나는

콩도 맛있게 먹었지만 두 살 터울의 언니는 콩자반도 먹지 않는

까탈스러운 소유자였기에 밥 위에 올려진 콩은 입조차 대지 않았다.

엄마는 그때마다 언니에게 잔소리를 하며 밥숟가락에 콩을 발라 올려주셨는데

이번에 제 아무리 언니라도 거부할 수 없이 먹어야 했고 반항할 시에는

등짝 스매싱을 당해야 했다.

 

 

와중에 빈 틈을 노리고 내 밥그릇으로 이사를 시키다가 그 광경이 엄마에게

발각될 때는전보다 더 아픈 등짝 스매싱을 감수해야 했다.

언니는 그때부터 키 작은 이유를 엄마가 자꾸 때려서라고 말하지만 따지고

보면 음식을 가려서 본인이 스스로 자처한 듯하다.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되고 보니 등짝 스메싱을 날리면서까지 먹이고 싶었던

자식에 대한사랑이 담긴 식재료인 완두콩.

 

 

이쁜 깍지 안에 알알이 박힌 완두콩은 마치 엄마가 품은 우리 4형제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엄마의 사랑 안에 무럭무럭 자라서 이제 일가를 꾸리는 모습은

예전의 엄마가 그랬던 모습을 조금은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엄마는 콩으로 여름이면 콩국수나 콩물을 만들어 주셨는데 나는 그 식성을

그대로 이어받아 지금도 콩이 들어간 음식을 즐겨 먹는다.

 

 

웰빙이 화두인 요즘엔 콩이 건강식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콩 속에든 비타민과 단백질 식이섬유 이소플라빈 같은 영양소가 들어있는데

혈압이나 혈관을 안정화시키고 환경호르몬 같은 독소를 제거해준다니 자주

완두콩을 이용한 요리를 해줘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 메뉴로 완두 콩전과 두부 표고버섯조림으로 정했다.

마치 베지테리언이 된 것 같은 건강식으로 가볍게...

그러나 그 안에는 마미의 자식사랑 한 스푼이 그 어딘가 들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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