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나를 슬프게 한 일 / 정채봉
꽃밭을 그냥 지나쳐 왔네.
새소리에 무심히 응대하지 않았네.
밤하늘의 별들을 세어 보지 못했네.
목욕하면서 노래하지 않고 미운 사람을 생각했었네.
좋아 죽겠는데도 체면 때문에 환호하지 않았네.
곁에 계시는 하나님을 잊은 시간이 있었네.
지난 일요일, 올해 들어 유난히 아픈 이들의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되어 평소 가까이 지내는 지인들의 안부가
궁금하던 차에 지금으로부터 10년도 지난 2012년, 독서모임 후
기록해 두었던 리뷰글을 카톡방으로 공유했다.
그 시절에 아이들 교육과 시댁과의 갈등, 신앙, 직장에서 벌어지는
워킹맘이 겪는 어려움같은 사소한 이야기들...
독서토론은 때로 뒷전이던 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이제는 자기보다 더 훌쩍 자라 버린
아이들을 보며 각자 어떤 생각들을 하며 지내는지...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하며 지내다가 오래전 내 독서노트의 흔적을
보며 새삼스레 그들의 안부가 궁금했다.
장미의 계절인 5월이 되고 보니 정채봉 님의 글이 내 마음에 들어온 것.
"왜 좋은 시간은 빨리 지나버리는지 모르겠다고..."
그 당시에 난 7명 정도의 같은 또래들을 중심으로 독서모임을 수년간 이어갔는데
육아와 직장을 다니고 있는 이들이 많아 한 달에 1권 책 보기도 어려워 2달에 1권
하던 것을 1년에 2권으로 줄이다가 역사 속으로 살아지고 말던 씁쓸한 모임.
그 후로 책을 읽고 독서노트에 짧게 기록하고 블로그에도 올리면서 귀찮아
그만둘까 하다가 올려두었던 글들.
오래된 일기장을 펼쳐보는 일만큼이나 가슴 한편이 찡해졌다.
사람의 기억력은 유한하기에 귀찮아도 이 작업을 이어가야 함을...
그래 어찌 아는가 이런 조악스러운 하찮은 글일지라도
어느 시간, 누군가에게 어찌 쓰일지 모를 일.
오늘 누군가를 혹시 나를 슬프게 하지 않았는지...
쓸모없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게 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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