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그땐 몰랐다

잎새's 2023. 4. 3. 16:21

 

 



간다는 인사조차 남기지 않고 떠난 연인처럼
3월이 훌쩍 떠난 자리에 그렇게 4월이 당도해 있었으니...
늘 지나버린 시간들 앞에 속수무책인 편이지만 올봄은 더 그렇다.
늦추위와 봄바람에 겨울옷과 봄옷이 공존하던 옷차림처럼
3월도 정신없이 흘러갔고 정신 차리고 보니 봄의 한가운데에
멋쩍게 서 있었다.
 
그런 나조차 벚꽃엔딩을 보겠다며 주말을 맞아 봄꽃을
보는 연인과 가족들 사이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엄마는 언니들과 나들이 갈 때, 본인 사진은
찍지 말라고 부탁하곤 하셨다.
그때는 왜 그러시는지 이해되지 않고 서운해했었는데

그땐 몰랐었다.

가는 세월의 흔적을 무엇으로 이긴단 말인가...
광고에서 떠들어 대는 콜라겐을 아무리 먹은다고 해도

비싼 화장품이며 관리기로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세월은.
 
봄이면 지천으로 피는 꽃들을 따라 친정 엄마와 우리 세 자매의
추억 쌓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지만 예전처럼 마구 셔터
누를 용기가 생길 거 같지 않다.
강요하듯 사진을 찍어대던 지난날들이 떠올라 반성하고 있는데
그런 내 마음엔 아랑곳없다는 듯,
봄바람은 왜 그토록 싱그러운 건지......
햇살은 또 왜 그토록 따사로운 건지......
오랜만에 미세먼지 하나 없이 속도 없이 파랗더라.

하늘은.
 

 

'살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월 숲길  (33) 2023.05.02
그토록 따뜻한 사람  (33) 2023.04.20
선택이 아닌 필수  (48) 2023.03.23
나의 봄  (53) 2023.03.07
그 어디쯤...  (32) 2023.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