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며

약해지지마/시바타 도요

잎새's 2011. 8. 18. 16:22

 

 

 

1911년생이니 올해로 100세가 되신 시바타할머니, 90세에 시를 쓰기 시작해서

99세에 자신의 장례비로 시집을 냈다고 하니 놀랍기 그지없다.

작고 여린 체구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부유한집에서 태어났지만 불우한 유년기와 첫 번째 결혼생활이 실패하는 아픔도 겪는다.  

에이키치라는 남편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그의 아들겐이치를 낳았다.

아들의 권유로 늦은 나이에 시를 쓰고 아흔을 넘긴 나이에 산케이 신문에 입선하여

일주일에 한편씩 시를 쓰며 혼자 살고 있다고 하니 시에 대한 열정못지않게 삶에 대한

열정에도 박수를 보낸다.

 

"시 쓰기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인생에 괴롭고 슬픈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의 시에는 일상의 삶에 대한 깊고도 깊은 성찰이 들어있다.

감동을 모르는 세대에 끊임없이 끌어올리는 기쁨과 지혜의 샘물을 퍼 올리는 부지런함이 베여있다.

'인생이란 언제라도 지금부터야.  누구에게나 아침은 반드시 찾아온다'라고

말하는 노시인은 혼자 산 지 20년, 잘 살고 있다며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건네고 있다.

                                       

 

 

 

바람과 햇살이

 

툇마루에 걸터앉자

눈을 감으면

바람과 햇살이

몸은 괜찮아?

마당이라도 잠깐

걷는 게 어때?

살며시 말을 걸어옵니다

 

힘을 내야지

나는 마음속으로 대답하고

영차, 하며 일어섭니다

 

 

약해지지 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아침은 올 거야

 

홀로 살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강한 여성이 되었어

참 많은 이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지

순수하게 기대는 것도 용기라는 걸 깨달았어

 

"나는 불행해..."

한숨짓는 네게도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따뜻한 아침 햇살이 비출 거야

 

한숨짓는 네게도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따뜻한 아침 햇살이 비출 거야

 

 

귀뚜라미

 

깊은 밤 고다쓰 안에서 시를 쓴다

나 사실은 이라고 한 줄 쓰고

눈물이 흘렀다

 

어딘가에서 귀뚜라미 운다

울보랑은 안 놀아

귀뚤귀뚤 운다

귀뚤귀뚤 귀뚜라미야

내일도 오렴

내일은 웃는 얼굴로

기다리고 있을게

 

어딘가에서 귀뚜라미 운다

울보랑은 안 놀아, 귀뚤귀뚤 운다

 

 

비밀

 

나,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 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소리 하지 않아

 

아흔여덟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걸

 

 

녹아드네

 

주전자에서

떨어지는

따스한 물은

상냥한

말의 낙엽

 

내 마음은

각설탕

찻잔에 담겨

기분 좋게

녹아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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