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며

사람은 나무를 심고 나무는 사람을 키우는 법을 알려준 책"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를 읽고

잎새's 2022. 10. 17. 15:36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우종영(2020. 메이븐)
22.10.17

“내가 정말 배워야 할 모든 것은 나무에게서 배웠다”라 말하는 30년 경력의 나무 의사.
나무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을 테지만 그라고 시행착오가 없었을까.
오로지 나무에 매달리다 가장으로, 한 인간으로 후회가 밀려올 때,
척박한 산꼭대기 바위틈에서 자라면서도 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나무의 한결같음에 투정도 포기도 할 수 없었다고 프롤로그에 적었다.
나무로부터 배우는 그의 단단한 삶의 태도들이 참 좋다.
오랫동안 나무를 돌보는 일에 매진한 삶의 사유가 나무의 생태와도 닿아있다.
chapter1,2,3 에서는 나무의사로 30년간 이어온 사람으로 겪은 에피소드를 담았고
chapter 4,5 에서는개별나무의 특성과 저자가 보고 느낀 에피소드를 담았다.

이 가을 무심히 지나던 동네 뒷산의 팽나무가 달리 보이고 햇볕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나무들의 가지들을 유심히 보게 된 것도 그의 덕분이다.
자연의 덕을 오롯이 받으면서도 고마워하기보다 해를 끼치는 인간들,
코로나를 겪으며 그 소중함을 알아가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인류 역사
위기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조금씩 변화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나무이야기로 시작하여 자연으로 그리고 다음 세대의 미래를 생각하게 만든 책.

나무는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망치지 않는다.
p.17 나무의 삶은 선택의 연속인 셈이다. 해를 향해 뻗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우듬지의 끝은 배의 돛대 꼭대기에서 주변을 감시하는 선원과 같다. 햇볕의 상태를 일분일초 예의 주시하다가 조금이라도 달라질 낌새가 감지되면 미련 없이 방향을 바꾼다. 그 선택에 주저함은 없다. 오늘 하루가 인생의 전부인 양 곧바로 선택을 단행한다.
p.21 천수천형. 천 가지 나무에 천 가지 모양이 있다는 뜻이다. 한 그루의 나무가 가진 유일무이한 모양새는 매 순간을 생의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한 노력의 결과다. 수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나무의 선택은 늘 ‘오늘’이었다

일단 잘 멈추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p.38 한여름 우리의 눈을 기쁘게 하는 형형색색의 꽃들은 가지가 성장을 멈춘다는 증거다. 멈추지 않고 계속 자라기만 하면 풍성한 꽃도, 꽃이 진 자리에 달리는 튼실한 열매도 볼 수 없다.

오래된 숲일수록 적당한 틈이 있는 까닭
p.50 새 생명이 자라기 위해 숲에 빈틈이 필요하듯 우리 인생도 틈이 있어야만 한숨을 돌리고 다음 걸음을 내디딜 힘을 얻을 수 있다.

살다 보면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p.56 온몸을 날카로운 가시들로 뒤덮고 있는 주엽나무를 마주한 나는 왠지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줄기를 뚫고 나온 날카로운 가시 하나가 어떤 위험에 도굴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 낸 인고의 흔적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무에게 있어 버틴다는 것은 주어진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 내는 것이고, 어떤 시련에도 결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버팀의 시간 끝에 나무는 온갖 생명을 품는 보금자리로 거듭난다.
p.59 정호승시인은 견딤이 쓰임을 결정한다고 했다. 오늘도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나무를 심을 때 흔히 하는 실수
p.100 적지적수. 알맞은 땅에 알맞은 나무를 심는다는 뜻이다. 소나무는 광보 상점이 높은 대표적인 나무로 그늘진 벽이나 높은 건물 곁에서 자랄 수 없다. 감나무는 소나무보다 광보상점이 낮기는 하지만 열매를 키워야 하기에 적지 않은 빛을 요구한다. 그래서 오후 빛이 충분한 창가에 심는다면 겨울에도 운치가 있을 것이다. 나무는 감나무보다 광보상점이 낯은 편이다 적은 빛으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단 애기다.

결국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p.137 맞서 싸우지 않고 일단 한 걸음 물러서서 부드럽게 우회할 줄 아는 것. 그것은 결코 지는 것이 아니다. 저 혼자 강하게 곧추서 나무가 한여름 폭풍우에 가장 먼저 쓰러지는 법이다. “부드러운 것이 능히 단단한 것을 이기고 약한 것이 능히 강한 것을 이긴다”라고 노자도 말하지 않았던가.

나의 삶도 누군가에게 이런 향기로 남기를-백리향
p.295 백리향의 향에서 온실 안 화초와 견줄 수 없는 깊이가 느껴지는 이유는 향기 속에 지난한 인고의 시간이 녹아 있기 때문이 아닐는지.  그래서 백리향은 ‘향기’와 ‘용기’라는 꽃말을 동시에 지녔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 위에서 자홍빛 꽃을 피운 백리향을 보고 있으면 용기라는 꽃말이 왜 붙었는지 바로 수긍이 간다. 살다 보면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