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부엌은 힘이 세다.

잎새's 2022. 11. 29. 17:22

바다가 보이는 펜션, 저녁준비하는 중 석양이 지는 찰나의 순간을 담지 못하였다



부엌은 힘이 세고 / 황종권

엄마의 일상이란
매일 밥상을 내오고 설거지를 하는 일.
매일 쌓이는 빨래를 빨아 너는 일.
쓸고, 닦고, 치우고
밤에 군불을 지피는 일.
그러다가 쓰러져 잠들고
잠 못 자며 우울해지는 일.
이 반복이 평생 이어진다.



군불을 지피는 일을 제외한다면 이 모든 일을 평생 반복하는 일이
엄마의 일상이자 나의 일.
나의 엄마도 엄마의 엄마도 평생 반복하던 일.
세상에 쉬운 일 하나 없다지만 집안일만큼
티 안 나게 힘든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코로나 이후 가족모임으로 처음 맞는 어머니의 생신,
가족여행으로 고즈넉한 한옥펜션에서 함께한 시간이었다.
함평 바닷가의 노을을 품는 한옥은 가을밤의 운치를 더해 주었다.

.
올해 86세의 생신을 맞는 시어머니,
한 해 한 해 쇠약해지시니 언제까지라는 장담을 못하기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일일 사진사로서 가족들 사진, 동영상을 가족 카톡 방에
예쁘게 편집해서 업로드시키고
총무인 남편 덕에 정산내역 올리는 일까지가 내 몫의 일.

이 번 주 금요일, 김장을 끝으로 올 한 해 행사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매번 하는 일임에도 당최 집안일에 소질이 없는 건지 힘에 부친다.
'덕분에 잘 먹고 잘 쉬었다 간다'는 가족들 말이 어쩌면 불량주부인
나조차 일하게 하는 건지 모를 일이다.

부엌은 힘이 있다.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이보다 확실한 장소를 찾지 못하였다.
그러니 불량한 주부일지언정, 티 안 나고 힘들다 하여
포기할 수 없는 평생의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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