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계절의 길목에서 다정한 눈빛을 보내다

잎새's 2022. 11. 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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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계절이 지나고 새로운 계절을 맞는 11월, 

이때가 되면 마음이 분주해진다.

결혼한 지 26년이 지났건만 아직까지 편해지지 않은 것을 보면 불량주부임이 분명하다.

하루를 내어 부지런히 움직여 커튼이며 겨울 옷가지를 새로

꺼내고 옷장 정리며 집안을 쓸고 닦기를 반나절,

먼지는 왜 그렇게 쌓이는지, 화장실까지 청소하고 나니 배가 출출해졌다.

사놓고 먹지 않던 메밀막국수로 노동력에 부스터를 달고...

 

오후에는 아버님 기일 때 둘째 시누가 주신 대봉으로 감말랭이를 만들었다..

대봉이 한꺼번에 숙성되면 다 감당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생기니 고생하신

시누의 노고를 생각한다면 손이 가더라도 말랭이를 만들기로 한 것.

맛난 간식으로 사랑받을 생각에 부지런히 깎고 자르고 건조하기를 두 시간.

드디어 나의 노동에도 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커튼 세탁과 교체, 청소, 감말랭이까지 하루 종일 바삐 움직이고 늦은 오후가

되어 찾은 여유라니...

다른 사람들의 마음은 잘도 살피고 필요를 채우면서도  정작 내게는 인색하였으니.

좋아하는 가을이 다 지나도록  다정한 눈빛 보낼 여유 없이 보낸 아쉬움을

좋아하는  playlist를 크게 틀어놓고 여유롭게 막 내린 커피 한잔으로 달랬다.

시아버지 기일을 잘 마쳤으니 어머니 생신 가족모임과 김장이 남았다.

 

"아름다움도 두려움도 모두 일어나게 두자.  매일 하루만 더 버티자!"

 <위로>라는 책에서 매트 헤이그가 전해 준 위로글이 나를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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