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며 31

살아낸다는 의미

부부란 / 오영록 나로 사는 것이 아닌 너를 살아서 나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서로의 낯을 살리고 옷매무새이로 찬바람을 막기도 부끄러움을 가려주기도 하는 방패막이로 사는 앞단추처럼 그렇게 그렇게 살아내는 것입니다. 살아낸다 는 표현이 참 좋다. 살아지는 인생보다 살아내는 인생이고 싶다. 현재의 하루하루에 담긴 의미를 담아내는 거 모라 단정할 수 없지만 삶이란, 때로 지치고 고단한 순간도... 때로 환희에 찬, 꿈같은 순간도 온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뻐하며 고단한 순간을 이겨내는 사람만이 "살아낸다"라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으리... 빨간 장미가 유혹하고 딱 놀기 좋은 5월, 바쁜 회사일로 우리 부부는 그야말로 하얗게 불태웠다. 불황속에서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도 파김치가 되는 일상은 감사만 ..

사랑하며 2017.06.01

신년송

신녕 송 / 이해인 사랑아 언제나 제일 먼저 나는 네가 보고 싶다 늘 함께 있으며 처음인 듯 새롭게 네가 보고 싶다 너와 함께 긴 여행을 떠나고 싶고 너와 함께 가장 정직한 시를 쓰고 싶고 너와 함께 가장 뜨거운 기도를 바치고 싶다 내가 어둠이어도 빛으로 오는 사랑아 말은 필요 없어 내 손목을 잡고 가는 눈부신 사랑아 겨울에도 돋아나는 네 가슴속 푸른 잔디 위에 노란 민들레 한 송이로 네가 앉아 웃고 있다 세상에 너 없이는 희망도 없다 새해도 없다 내 영혼 나비처럼 네 안에서 접힐 때 나의 새해는 비로소 색동의 설빔을 차려입는다 묵은 날도 새 연두저고리에 자줏빛 옷고름을 단다 이해인 수녀가 시에 언급한 사랑은 사람마다 다르겠지 싶다. "사랑아!"라 불러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한 일이라는..

사랑하며 2017.02.02

눈이 온다면 너처럼 와야한다...

눈 사라지리라는 냉정함 겨울의 결정적 증거 냉혹의 별 소란과 고요의 혼동 눈이 온다면 너처럼 와야 한다 늘 내게 한 번을 주저 없이 커다란 마음으로 쌓이던 너처럼 나의 마음까지 덮어줄 수 있을 만큼 눈이 온다면 그렇게 너처럼 와야한다. -책 속의 한 줄에서 새벽에 내리던 비가 어제부턴가 눈이 되어 세상을 덮는다. 마치 시리디 시린 겨울하늘을 포근히 감싸주는 거 같다. 누군가에게는 하염없이 얄궂은 눈이 하얀 솜이불처럼 느껴지는 오후다. 눈이 온다면 저렇듯 와야 한다.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 만감이 교차하는 이 시점이야 말로 무심한 사람이라도 지나온 시간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다. 포근히 감싸주듯 내리는 눈처럼 블친님들, 따스한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되길... 안부인사와 함께 잠시 문을 닫습니다^^

사랑하며 2014.12.16

10월의 엽서

친구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음을 전해 듣던 주일오후, 평소 건강하시던 아버지셔서 더 갑작스러운 소식에 친구들도 황망하기만 했다. 다음날 일찍 시간을 내어 장례식장을 찾았다. 초췌해진 친구의 얼굴을 보니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이 느껴졌다. 이른 새벽에 평소처럼 낚시하러 가시다 쓰러지셨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며 먹먹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몇 해 전, 칠순잔치를 해드린게 외에는 좋은 옷한벌, 사드리지 못한 게 끝내 걸린다며 울먹이는 친구... 생각해보면 영원을 살지 못하는 인생임에도 부모님과 가족들이 늘 내 곁에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며 산다. 어느 날, 그들이 내 곁에 더 이상 같이 있어주지 못한다는 생각을 회피하며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되던 해, 위암으로 돌아가신 아빠..

사랑하며 2014.10.15

가을로 충분한 주말풍경.

주말오전 엄마의 호출.. 다른이였다면 사절하였을 테지만... 박여사님의 호출인지라 편안한 이불속의 유혹을 떨치고 나선길... 도심에서 30분정도 나왔을 뿐인데 알알이 영글어 가는 가을들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엄마의 원두막에 들어서니 오래된 엄마의 친구, 라디오에서 익숙한 유행가가 들려오고 팥을 거두고 잠시 쉬고 계신 엄마의 초췌해지신 모습. 관절염으로 며칠 고생하셨다는 말을 그제서야 전해 들으며 그것도 모르고 김치 가져다 먹으란 말만 듣고 달려온 무심함이라니... 아픈몸으로 밭일이며 집안일까지 하시느라 더 고단하셨을 엄마를 위해 잘익은 토마토와 따스한 커피한잔으로 고마움을 대신하며 돌아오는 차안에서... 그 큰사랑을 살아가면서 조금씩 갚아갈 수 있도록 박여사님이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기도해본다. 빨갛..

사랑하며 2014.09.29

초록습지에서 한때...

가을 하늘빛이 마치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것 마냥 맑은 날씨. 비엔날레공원 내 초록습지에서 작은 행사가 열렸다. 매주 한번 초록습지를 산책하며 물풀이나 작은 곤충들을 세밀화로 그려보는 수업을 갖었는데 그 마지막 시간, 작품전시회 겸 동아리 페스티벌이 열렸다. 그림이나 음악 도서분야 외에도 떡 만들기 향초공예 등등 각종 체험학습들이 부스마다 잘 준비되어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어른들에게도 즐거운 추억이 될듯싶다. 때마침 들려오는 오카리나와 기타 소리에 맞춘 가을노래가 분위기를 한컷 살려 준다. 점심 무렵, 무료밥차에서 배달된 비빔밥과 이룸 장애우카페에서 파는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한낮 더위를 식힐 수 있었다. 아름다운 가게 부스에서 평소 좋아하는 김훈 씨의 "공무도하가"를 거금 삼천 원에 득템.(이익..

사랑하며 2014.09.20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한가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을,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을,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 "정말 그런 것 같아.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만큼 힘든 일이 없을 거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건… 기적이란다." - 어린 왕자 중에서- 십칠 년 세월, 이심전심 눈빛만 봐도 그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여우 같은 마누라.. 간혹 가다 두줄 잡아놓는 다림질 솜씨와 속이 안좋다면서도 커피를 지나치게 복용한다며 간혹 눈총을 받는일 외에는... 바쁜직장 생활로 쉬는 날조차 온전히 같이..

사랑하며 2013.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