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약한 검불에도 향기가 있을 수 있느냐는 물음이 있어 이 글을 썼노라 말하는 이 책의 저자 정채봉. 1946년 전남의 승주에서 태어나 2001년 암투병 끝에 소년의 마음으로 동화 같은 시와 에세이를 남겼다. 이 책을 접하게 된 9월은 유난히 안팎으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생겨 마른 잎처럼 바스락 거리던 시기였다. "기쁨은 첫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데 반해 불평은 묵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니 처음 둥지를 틀던 첫 마음으로 돌아가십시오"-p.38 삶이라는 항해를 하는 동안 좋은 날만 만나면 좋으나 천둥 치며 요동하는 날에는 처음 품었던 마음을 떠올리며 노 저어 가야 한다. 여름날 바다에 온 소녀들이 감나무 그늘에 않아 쉬며 떠들었다. "너 생각해 보았니? 우리가 무엇 때문에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 시집가는 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