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으므로 나 있음이 아니어라/오세영
너 없으므로
나 있음이 아니어라.
너로 하여 이 세상 밝아오듯
너로 하여 이 세상 차오르듯
홀로 있음음 이미
있음이 아니어라.
이승의 강변 바람도 많고
풀꽃은 어우러져 피었더라만
흐르는 것 어이 바람과 꽃뿐이랴.
흘러 흘러 남는 것은 그리움
아, 살아있음의 이 막막함이여
홀로 있음으로 이미
있음이 아니어라.
무덥던 8월하고도 작별해야 할 시간. 올 여름은 비도 잦았고
크고 작은일들이 많아선지 8월이 후딱 지나기를 바랬다.
가을이 곁에 당도하였음을 알리는 풀벌레소리와
충분히 깊어진 하늘빛을 보면 내 작은 불평들이 하염없이 작아진다.
살아있음의 막막함을 때때로 느끼다가도
살아있음의 감사가 밀려오는 묘한 시간들을 곁에 두고
어느 누군가에게 오늘이라는 시간은 꼭 살고픈 천금같은 시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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