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첫눈 오는 날!

잎새's 2015. 11. 26. 17:18

 

 

 

 

첫눈 오는 날 만나자/정호승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 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시인의 시는 언제 읽어도 감성을 젖게한다.

기억 저편 해묵은 첫눈에 관한 느낌을 시 한편에 담을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아이들과 강아지만 눈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보행에 큰 불편만 없다면 어른인 나조차 들떠 맘이 설렌다.

시인의 말대로라면 아직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인데^^

점심식사후, 첫눈 내린 기념으로 동네 카페서 카푸치노를

 테이크아웃 할 수 있는 감성은 아직 남아있다^^

 

그렇지만 현실은, 어제부터 개수대 하수구가 막혀 고생스러웠다.

오늘은 트래펑 두병을 사다 부었다.

그조차 여의치 않자 뜨거운물 세례를 퍼부었더니 이런 할렐루야다! 막힌 속이 뚫린듯 시원~

 

첫 눈 내려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막힌 개수대가 뚫린 사실에 환호를 부르는 것을 보니 나도 어쩔 수 없는 중년의 아줌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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