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제주여행

잎새's 2021. 6. 27. 15:16

 

어쩌다 제주여행

3년전, 자동차구매 선물로 호텔 투숙권을 받았다.

코로나상황이 이렇게 길어지게 될 줄 몰라 미루고 미루다 6월말이면 종료가 된다고

해서 급하게 다녀오게 된 것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을 때, 마치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본 사람처럼

들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렇게 설레는 어쩌다 제주투어가 시작된 것이다.

예전같으면 여기저기 구경하고 맛있는 먹거리도 많이 먹고 다녔을테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조심스럽게 몇 군데만 정하고 음식점도 맛있지만 너무 북적이지 않은곳 위주로 선택했다.

첫날은 보고싶어 하던 추사김정희의 <세한도 국보80호>를 볼 수 있는 제주추사관을 다녀왔다.

제주도 유배 중 제자인 이상석이 책을 보내주어 그려준 그림으로 '날이 차가워 다른 나무들이

시든 뒤에야 소나무가 늘 푸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라는 글이 쓰여져 있는데 이는 권세가

있을 때에는 친절하고 잘 따르던 사람들이 유배된 몸이 되자 멀어진 것을 은유적표현이라고 한다.

​추사의 제자 이상석은 세한도를 가지고 중국 북경으로 들어가 조진조 등 청나라 명사

16명으로 부터 감상문을 받고 김석준, 오세창 등 조선시대 명사들의 글을 덧붙여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추사관에 전시되어 있는 세한도는 일본 최고의 추사연구자였던 후지스카 치카시가

1939년 복제하여 제작한 한정본 100점 가운데 한 점이라고 한다.

세한도에 나온 초가집과 그 옆을 지킨 소나무는 기념관의 모티브가 되어 지금의 건축물로

지어지게 된 것이다.

 

 

추사관, 소나무 한 그루옆에 단아한 건물은 세한도를 모티브한듯 하다.

 

추사관을 뒤로하고 늦은 점심으로 가까운 모슬포항의 자리 물회를 먹기로 했다.

제주식 자리돔물회, 광주에서 먹었던 물회를 떠올고 간다면 다소 실망스런 맛이였다.

제주는 된장으로 간을 해서 구수하지만 뭔가 밍밍했다. 야채와 함께 나오는데

야채보다 자리돔회가 더 많아서 제철회를 맘껏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제주에서 첫끼, 모슬포항의 자리돔 물회

인생은 수국처럼

기상예보에 소나기예고가 있어선지 날씨가 흐리자 발걸음을 재촉해서 간 곳은

제주 핫플레이스 <카멜리아힐> 겨울에 와야 동백을 볼 수 있어 제대로이겠으나

여름꽃 수국이 가는곳 마다 환영하듯 예쁘게도 반겨주었다

여름장마를 알리는 수국을 그냥 지나친다면 예의가 아닌지라.

연인들, 친구와 가족단위의 여행객들로 붐비는 곳이기에 빠르고 신속하게

사진을 찍고 나와야 했다.

 

"잘 들여다보면 작은 꽃들이 모여 하나의 큰 꽃을 이루죠.  그런데 그 작은

꽃은 진짜꽃이 아니에요.  작은 꽃 안에 좁쌀 보다도 작은 꽃이 또 있는데,

이게진짜 꽃이랍니다.  작은 꽃들이 모여 아름다운 둥근 꽃이 됩니다.

마치 알 수 없는 하루하루가 모여 찬란하게 빛나는 우리네 인생 같아요.

                                         -인생은 수국처럼, 카멜라힐 안내문에서-

 

카멜라힐의 수국은 6월을 찾는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첫날저녁식사는 호텔부근에 위치한 <해미원>이라는 횟집에서 회를 포함한

갈치구이, 물회, 지리까지 제주다운 식사를 했다.

다만 음식값이 비싸다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9충스카이라운지, 창문넘어에 조업을 하고 있는 어선의 불빛.

 

9층스카이라운지에서 바라보는 제주밤바다풍경이 너무 좋아 2박3일동안

일정을 마무리하고 차 한잔을 마시며 하루의 피로를 풀었던 곳이다.

어디가도 바다가 보이는 전망이 3일내내 좋아서 이 번 여행은 어디를

다니는 것보다 그냥 호텔근처 바닷가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객실에서 찍은 호텔정문과 바다뷰

 

둘째날, 호텔식 조식을 먹고 세화해변을 잇는 제주서쪽해변을 드라이브했다.

그곳에서 항아리 갈치조림을 점심으로 먹었다.

바다를 좋아하는 남편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을것이다.

오후에는 사려니숲길을 걸어보려 했으나 시간이 생각보다 소요시간이 걸리는듯

해서 근처 절물자연휴양림을 걷기로 했다.

오름정상까지 1시간정도 소요되어 땀이 날정도의 코스가 우리에게 안성맞춤이였다.

 

 

절물자연휴양림 초입, 편백숲길

 

아이들키울때는 박물관이나 체험학습같은 코스를 잡아 정신없는 일정을 소화하느라

느긋하게 즐기지 못했던 제주풍경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오전에는 해변드라이브와 5일장을 둘러보고 오후에는 숲길을 걸으며 여행의

묘미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제주바닷가를 거닐다보면 힙한 카페들이 많이 보인다,

 

제주는 두부류의 여행객으로 나뉜다.  

단순히 몸과 마음을 쉬러오는 여행객들과 제주의 숨은매력을 온 몸으로 느끼며 걷는

올레탐방객들.  우리는 전자에 속한 여행자에 가까웠다.

 

 

조금은 어색한 운동화 주인,

 

나이들수록 자식 바라보지 말고 운동화 바라보기.

마지막날, 우린 아쉬움 가득 제주해변을 카메라와 눈에 부지런히 담았다.

렌트카를 반납하고, 공항면세점서 오메기떡과 남푠의 애장품인 양주도 야무지게 구매하였다.

어쩌다 보니 계획없이 떠난 제주여행.

부부만 2박3일 떠난 여행은 처음이고 보니 처음엔 무얼 할지 고민도 되기도 했지만

나름 알뜰하고 즐거운 시간이였다.

인생9단을쓴 양순자님이 그런말을 했던것으로 기억한다.

나이 들수록 자식 바라보지 말고 운동화를 바라보라고...

이젠 두 아이가 자라고 자기 시간들을 보내고

있으니 이렇게 운동화 신고 시간을 보낼 일이 더 많아지겠구나 싶다.

 

잃어버리고 보니 알게 되는 소중한 것들.

여행지에서보다 더 가슴뭉클했던 순간이 있었다.

광주로 돌아오는 비행기안, 예쁜 승무원의 마지막 멘트.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코로나가 종식되는 그날까지 저희는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여행하는 즐거움이 커서 잠시 잊고 있었다.

우리는 그런 시기를 통과하고 있었다.  

갈 수 있는 곳을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는 그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이러니하게 잃어버리고 서야 알게 되는 소중한 것들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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