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가끔 든 생각

잎새's 2021. 5. 28. 13:29

 

 

 

 

니체는 “우리는 자기 삶의 시인이 되고 싶어 한다. 가장 사소하고,

가장 일상적인 것에서부터.”라고 했다. 

철학자는 아주 일상적인 것이야말로 위대하다는 사실을 직감했을 것이다.

6년 전, 전대병원에서 갑상선암 수술과 치료과정을 겪으며 나는 그 사실을

절감한 바 있다. 살고 있는 광주에서 화순가는 고속도로 차 안에서 남편과

때로는 혼자 운전하며 수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대학병원에 진찰을 한 번 받기위해 아침 이른 시간 나와

한나절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고 그렇게 어렵게 의료진을 만나도

내 병에 대한 정보나 치료과정은 다 들을 수 없다.   

스스로 공부하고 겪으며 나는 반 의사가 되기도 했다. 

나를 치료해준 담당의사로부터 이제 그만 졸업해도 되겠다는 소리를 들으며

이래도 되는가 싶은 의구심이 들 정도.

가까운 전문병원에서 약 처방과 검진을 받아도 된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

차안에서 여러 생각들이 스쳤다.

수술과 방사선 치료과정 중 생긴 에피소드들.  예전과 달라진 내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보며 가족들의 반응.

시간이 6년이 지났지만 아파서 이 곳을 찾는 일이 없도록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며 살아야겠다는 내 생각에는 여전히 확고하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지만 삶을 대하는 농도가 어찌

같을 수 있을까... 힘든 치료과정이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셈이다. 

새로운 물건 속에 살던 맥시멀 라이프에서 필요한 물건들만 두는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고 인간관계에도 불필요한 시간과 정신적인 에너지를 쏟는 일이

점차 줄어들었으니 어느 모로 보나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골다공증을 비롯해 내 몸 여기저기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의 내가 좋다.

니체가 말한 대로 가장 사소하고 가장 일상적인 것을 살아내는 이 삶이야말로

시인까진 아니라도 어렵고 위대한일임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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