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를 잘 보지 않는 편이지만 tvn에서 방영되고 있는 <알쓸인잡>이라는 프로는
챙겨보게 된다.
지난주 방영된 <우리가 사랑하는 인간 편>에서 이호 교수님이 자신의 동료
조남수 박사님을 언급한 내용이다.
법의학자로서 수많은 범죄현장에서 드러나는 작은 단서를 찾아 DNA 기록하는 일을
아주 오래전부터 구축하여 미궁에 빠진 범죄들을 세상 밖으로 알린 분이다.
지금이야 과학수사기법이 발전되었지만 몇십 년 전에 관심도 주지 않았던 분야였다.
이호 교수님은 한나 아렌트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을 언급하며
그 당시에 평범한 사람들이 조직에 순응해서 지신의 일을 했지만 그것이 2차 대전에서
"유대인 학살"이라는 잔인한 범죄를 방조한 평범한 사람들이 저지른 파편화된 행동이었다.
반면 '선의 평범성'이라는 말도 회자 되었는데, 나의 사는 일이 사회 전체 영향을 주는
존재임을 깨달은 성실한 개인들을 말한다.
소설가 김영하 씨가 언급한 '인비저블'이라는 책에 나오는 인비저블 한 인간의 유형이 그것이다.
그들은 사회에서 드러나지 않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완벽을 추구하는
인물들로 다른 이들의 인정을 받기보다 자신의 동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동안 세상이 아직 환하고 살만한 데는 이런 인비저블 한 인간의
유형들이 도처에 깔린 이유일지 모르겠다.
그들은 공항 관제팀이나 각종 음향 관리자, 기계제작 기술자와 같은 여러 분야의 엔지니어들.
서구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이들을 인정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지만
우리나라는 겉으로 보이는 성공과 체면을 중요시하는 문화의 영향으로 조용히
자신의 분야에서 틈을 메우는 그들이 인정받기란 쉽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다.
생각에 이에 미치자 문득 떠오르는 한 사람.
천상 엔지니어인 나의 남편. 그는 30년 가까이 기계 설계와 제작 일을 해왔다..
업체에서 인정하는 실력가이나 누군가 자신을 알아주고 칭찬받는 것에 익숙지 않아
그런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편.
김영하 씨가 언급한 인비저블 인간이 바로 내 옆에 있었다니(이쯤 되면 팔불출인가^^)
인도 출장을 떠난 남편이 부디 출장지에서 업무를 무사히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귀환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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