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사업을 시작한 작년 10월부터
버스 3번을 환승하며 출근하던 내게 드디어 애마가 생겼다.
10년 동안 우리 가족의 발이 되어준 고마운 흰색산타페.
이 차로 말하자면 결혼후 처음으로 구입한 새 차.
그전 승용차는 지인이 쓰다가 넘긴 중고차였기에
가족들의 기쁨이 남달랐나 보다.
처음으로 임대아파트를 들어가던 날...
처음으로 새 차가 나오던 날...
그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도 없다.
지금 보나 훨씬 적은 평수의 임대아파트였지만
그날 네 식구, 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처음으로 새 차가 나오던 날,
아이들이 둘 다 어릴 때라
"아빠차다~"며 신나서 소리를 지르던 게 엊그제 같다.
일요일 오후, 퇴근 후 남편이 새 차로 시승식을 해준다기에
저녁도 먹을 겸 담양 간 고속도로를 탔다.
겨울이라 금방 어두워져 6시가 넘으니 컴컴해진다.
소음도 없고 더 넓어진 승용차 안에서 새로운 기능들에
놀라워하면서도 내 기억은 10여 년 전, 산타페를 첨으로
시승식 한 날을 더듬는다.
아이들도 그때를 기억하는지 싶어 물었더니
아파트 입구 경사진 주차장을 오갈 때마다 둘이 동시에
"치토스~"라고 외치던 기억을 재잘거린다.
그렇게 우린 1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 오랜 앨범을
꺼내 보듯 그 시절 이야기꽃을 한참 동안 나누었다.
도착한 담양의 수북갈빗집.
이 집 갈비는 연탄불에 직접 구워 맛도 향도 일품이다.
무엇보다 빨리 고기가 익혀져서 나오니 성격 급한
우리 집 남자들의 식성에도 안성맞춤이어서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좋아한다.
또 10년이 흘러 아이들은 오늘을 어떤 감동으로 기억할지...
돌아오는 길, 새 차의 성능이나 가격은 비싸지고 좋아졌다지만
10년 전의 우리 가족의 첫 애마, 산타페의 감동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해본 저녁이었다.
첫길 들기/정채봉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먼저 창을 열고 푸른 하늘빛으로 눈을 씻는다.
새 신발을 사면 교회나 사찰 가는 길에 첫 발자국을 찍는다.
새 호출기나 전화의 녹음은 웃음소리로 시작한다.
새 볼펜의 첫 낙서는 '사랑하는'이라는 글 다음에
자기 이름을 써본다.
새 안경을 처음 쓰고는 꽃과 오랫동안 눈 맞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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