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새차의 감동

잎새's 2013. 1. 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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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사업을 시작한 작년 10월부터

버스 3번을 환승하며 출근하던 내게 드디어 애마가 생겼다.

10년 동안 우리 가족의 발이 되어준 고마운 흰색산타페.

이 차로 말하자면 결혼후 처음으로 구입한 새 차.

그전 승용차는 지인이 쓰다가 넘긴 중고차였기에

가족들의 기쁨이 남달랐나 보다.

 

처음으로 임대아파트를 들어가던 날...

처음으로 새 차가 나오던 날...

그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도 없다.

지금 보나 훨씬 적은 평수의 임대아파트였지만

그날 네 식구, 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처음으로 새 차가 나오던 날,

아이들이 둘 다 어릴 때라

"아빠차다~"며 신나서 소리를 지르던 게 엊그제 같다.

 

일요일 오후, 퇴근 후 남편이 새 차로 시승식을 해준다기에

저녁도 먹을 겸 담양 간 고속도로를 탔다.

겨울이라 금방 어두워져 6시가 넘으니 컴컴해진다.

소음도 없고 더 넓어진 승용차 안에서 새로운 기능들에

놀라워하면서도 내 기억은 10여 년 전, 산타페를 첨으로

시승식 한 날을 더듬는다.

 

아이들도 그때를 기억하는지 싶어 물었더니

아파트 입구 경사진 주차장을 오갈 때마다  둘이 동시에

"치토스~"라고 외치던 기억을 재잘거린다.

그렇게 우린 1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 오랜 앨범을

꺼내 보듯 그 시절 이야기꽃을 한참 동안 나누었다.

 

도착한 담양의 수북갈빗집.

이 집 갈비는 연탄불에 직접 구워 맛도 향도 일품이다. 

무엇보다 빨리 고기가 익혀져서 나오니 성격 급한

우리 집 남자들의 식성에도 안성맞춤이어서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좋아한다.

 

또 10년이 흘러 아이들은 오늘을 어떤 감동으로 기억할지...

돌아오는 길, 새 차의 성능이나 가격은 비싸지고 좋아졌다지만

10년 전의 우리 가족의 첫 애마, 산타페의 감동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해본 저녁이었다.

 

 

 

첫길 들기/정채봉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먼저 창을 열고 푸른 하늘빛으로 눈을 씻는다.

새 신발을 사면 교회나 사찰 가는 길에 첫 발자국을 찍는다.

새 호출기나 전화의 녹음은 웃음소리로 시작한다.

새 볼펜의 첫 낙서는 '사랑하는'이라는 글 다음에

자기 이름을 써본다.

새 안경을 처음 쓰고는 꽃과 오랫동안 눈 맞춤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