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과 사귀는 일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진정 남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혼자 있어도 살아
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길은 여기에 중에서
우리 집 위층에 전세 들어 살던 교대생 오빠가 있었다.
기타도 잘 치고 멀쑥한 차림의 핸섬가이로. 지금으로 말하자면 엄친아 같은 스타일.
그 오빠가 내게 건네준 책이 있었으니 미우라 아야코의 <길은 여기에>라는 책.
당시 중학생인 내게 이 일본여인이의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며
인간의 원죄와 죽음이나 삶과 같은 화두는 놀라운 것이었다.
세례를 갓 받은 내게 믿음이란 막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운 책이기도 하다.
내 평생의 반려자에 대한 기도를 시작하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지금에서야 말이지만 마에가와 다다시 같은 이를 무슨 수로 만날 수 있겠나 싶어 웃음이 나온다.
그리도 사랑했던 그녀의 첫사랑 다다시를 떠나보내고 삶을 이어갈 수 없을 것 같던 그녀에게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온 것이다.
결핵과 척추카리에스를 앓던 그녀를 5년간이나 기다려준 사람은 미우라.
빙점을 비롯 96편의 작품이 나오기까지 그녀의 곁에서 묵묵히 도운 남편 미우라와의 결혼생활을
일기식으로 펴낸 책이다.
이 책에 수록된 수많은 시가는 그녀의 인간에 대한 따스한 감성과 문학적인 깊이가 더해져 정감이 간다.
전쟁을 겪었고 암과도 싸워야 했으며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을 떠나보내는 삶에서 피어난 글 속에
담긴 진심이 수많은 독자를 만든 게 아닌가 싶다.
"남을 가르친다는 것은 그와 함께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 배운다는 것은 성실을 가슴에
심는 작업이다"... 루이스 아라곤의 말이다.-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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