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멀리서 빈다

잎새's 2021. 9. 24. 15:46

오빠가 엄마를 위해 지은 원두막과 백일홍꽃

 

구름이 마치 손에 닿을듯한 가을 하늘, 명절 보내고 첨으로 뒷산 산책을 나선 김에 아예 시장까지 볼 생각으로동네 마켓을 들렀다.   박 여사님의 호출이 있어 평소 잘 드시는 빵과 요구르트를 사서 나선다.    더위가 한풀 꺾였다지만 한 낮은 아직도 무덥고 뜨겁다. 

원두막에 도착해보니 엄마의 오랜 벗 라디오에서 트롯 멜로디가 들리고 자식들 오면 주려고 밭에서 호박이며 파 같은 푸성귀를 잔뜩 수확하고 계셨다.   

80이 넘은 나이에도 밭일을 저렇게 하시는 모습이 어느 땐 안쓰럽다가도 활동하고 계시는 것만으로 감사하기도 하다.

그도 아프면 아무것도 못하실 텐데 자식들 성화에도 재미 삼아 한다시며 고집을 피우고 계신다.   

평생 해오시던 농사일을 하루아침에 접을 수는 없어도 이제는 조금씩 줄이라는 부탁에 조금은 고집을 꺾으셔서 내년에는 고추와 마늘만 짓겠다고 하셨다.    밭에서 나는 열무로 김치 담았다고 김치까지 야무지게 받아와서 작은언니 집은 가까워 직접 배달하고 큰언니는 퇴근길에 들르라는 전화를 했다.

좋은 시절은 빨리 지나는 이치를 알기에 이 시간들을 꼭 붙잡아 놓고 싶은 요즘이다.    두 어머니가 아직까지 건강하시고 가족들이 무탈하면 이것도 큰 행복이지 싶다.   아무쪼록 온 가족들이 코로나 시국에도 건강하길... 하는 일에 지금처럼 자기 몫을 다하길... 그들의 평안과 안녕을 멀리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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