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하늘만큼이나 점점 깊어지고 있다. 곱디고운 단풍은 마치 새색시 볼처럼 불그레하다. 2주 전 남편과 둘이서 증심사길로 무등산행을 다녀왔다. 그때만 해도 바람재의 단풍들이 살짝 붉은빛을 띠었는데 지금은 더욱 장관일 게다. 가을햇살 때문인지, 손짓하는 억새 때문인지 김밥도 싸고 사과두 개도 잊지 않고 챙겼다. 두 시간정도 힘든 산행 끝에 중봉벤치에 앉아 먹은 김밥맛은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평생 잊지 못할 맛이었다. 억새밭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고 내려오면서 "장불재를 가려면 저질체력을 키워야 할 텐데.." 내가 무등산 중봉을 다녀왔으니 일주일 몸살을 앓았다. 엊그제 딸아이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아불류 시불류'(我不流 時不流)/이외수 "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대충 그런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