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을 썰고 감자 껍질을 벗기는 사람 마음에는 좋은 빛이 비친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불 조절을 하는 사람 눈가에는; 기분 좋은 느낌이 붙는다. 그러니 사람의 온기를 나누는 일도 제대로 할 것만 같다. 누군가를 위해 따뜻한 마음 하나쯤 차려낼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멀리 간다. 그 그윽함이 오래간다. 내가 뭐 해줄게, 하면서 냉장고 문을 열고, 도마를 꺼내 부엌 조리대 위에 쿵, 하고 올려놓은 사람. 그 이후의 시간을 관객이 되어 즐기는 나 같은 사람. 나의 옆집에도 또 그 옆집에도 그런 친구들이 많이 어울려 살았으면 싶은 것은 그것이 내가 믿어보려는 '안녕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병률 / 내 옆에 있는 사람'중에서- 어릴적 기억 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은 기억들 대부분, 홀로 논농사와 밭농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