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멀리서 빈다

잎새's 2016. 9. 19. 16:09

 

 

멀리서 빈다/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마라.

 

 

높아진 가을하늘이 푸르고 깊은 바다같다.

누가 재촉하지 않음에도 가을은 깊어져

하늘은 높아지고 고개숙인 벼들은 더욱 무르익어 간다.

이번 추석명절은

유난히 몸과 마음이 지친시간을 보냈다.

예전보다 못한 체력으로 예전보다 많은일을 하려했으니

당연한 결과이겠으나...

 

 

공장을 이사하고 한 번도 와보지 못했다고

시골에 사시는 어머니가 명절끝에 시누이차로 상경하셨다.

"아가, 니가 고생 많았지야.."라며 며느리를 꼬옥 안으신다.

어머니의 팔십평생, 가난한 시골살림에

홀로 6남매 키우고 가르치느라

굽은 허리와 더 야윈 몸을하고

 노동으로 까매진 얼굴의 그 분이 환하게 웃고 있다.

힘든 세월을 온 몸으로 견디던 그 분이 울고 있다.

 

 

자신이 애지중지 키운 시골마당, 빨간 맨드라미도

 어머니를 닮아 환한 웃음을 짓는다.

그 맨드라미의 미소닮은,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이

이 가을에는 부디 아프지말고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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