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28
적의 화장법/아멜리 노통/문학 세계사
문학기행을 다녀온 뒤로 시간에 쫓기다시피 책을 들었다. 다행히 책의 분량이 다소 소박함을 다행으로 여기며 책장을 넘겼다.
저자가 어릴적 일본에서 자란 영향탓인지 빨간색의 겉표지와 적의 화장법이라는 범상치 않은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두 남자주인공의 대화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긴박하게 진행되는 다소 특이한 구조.
비행기 연착으로 공항에 갇히게 된 제롬 앙귀스트 앞에, 텍스토르 텍셀이라는 정체불명의 사나이가 등장해서 지금 막 책을 읽으려는 제롬의 신경을 날카롭게 자극한다.
이 정체불명의 괴짜 사나이 텍스토르는 어릴적 친구를 살해했음과 키우던 고양이밥을 먹었다는 내용. 여기까지를 보더라도 이 우울하고 괴이한 사나이가 범인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신이 좋아하던 이사벨이라는 여인을 묘지에서 강간하고 10년을 쫒던 끝에 결국 그녀의 집에서 살해한 과정을 이야기 할 때까지도 살인자임을 확신했다.
그런데 종반에 갈수록 살인자는 앙퀴스트가 아닐까?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더니 ‘살인자는 도대체 누구일까?’라는의문을 증폭시킨다.
그것은 아마 작가가 독자에게 상상할 수 있는 꺼리를 제공하는 것 이라는 생각을 준다
마지막장에서 “자유.자유.자유!”라는 말 속에는 10년이란 세월 속에 자신이 살인자라는 사실을 잊고 살던 앙귀스트의 내면안에 죄책감이라는 또다른 자아가 부르짖는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노통브의 작품은 철학적이다. 인간내면 세계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을 문학적으로 풀어낸 기교가 돋보인다. 그녀는 내면의 적과 싸우기 위해 글을 쓴다고 한다.
화장법이라는 은유적인 표현이 인간내면에 대한 또 다른 자아가 지닌 가면형태임을 마지막에 가서야 독자는 느낄 수 있게 장치를 해둔 노통브는 글쓰기의 대가임이 분명하다.
이 책을 읽을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줄거리가 궁금하다 하여 맨 뒷장을 넘기지 말라는 것!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지 말라는 것!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삶과 죽음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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