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앞두고 늘 분주했던 거와는 달리 이번 명절 풍경은 조금 달랐다.
지리산 자락 구레가 시댁인 둘째 언니네 시어머니는 20여 년 넘게
친정식구들에게까지 고사리며 밤 등을 챙겨주시곤 하셨다.
명절이면 작은 선물세트를 보내는것으로 고마움을 대신했다...
그래 봐야 시골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인스턴트커피지만 말이다.
엄마를 제일 많이 닮아 요리 솜씨 뛰어난 큰언니는 전어회무침이나
꼬막 요리를 준비해와서 명절 보내느라 지친 심신을 달래주곤 한다..
동생네를 살뜰히 챙겨주는 그런 언니에게 고마워하는 한 분,
울 시어머니는 잊지 않고 된장이며 고추장을 언니 몫으로 더 챙겨주신다.
그런데 이번 설명절은 다른 때와 사뭇 다르게 썰렁한 명절을 보냈다.
큰언니네 시어머니는 위암 말기로 병원에 계시고
둘째 언니네 시어머니도 투석을 하실만큼 건강이 좋지 않으시다고 했다.
거기에다 친정엄마는 얼마 전 무릎 수술로 거동이 불편하시니
아무것도 하실수 없으시다.
작년까지 뇌경색으로 한차례 입원하셨던 울 시어머니가 이젠
가장 가벼운 환자가 된 셈이다.
백세 인생이라고들 말하지만 늙으신 어머니들에겐
아직까지 요원한 말인 듯싶어 왠지 씁쓸하다.
며칠 전 인터넷 뉴스에 올라온 프랑스에 사는 104세,
쌍둥이 자매의 사진을 보고 언니들한테 카톡으로 보냈더니 반응이 달랐다.
자식들 고생시키며 오래 살아 행복하겠느냐는 의견.
그래도 장수시대에 구십은 넘겨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
의견은 달라도 공통적인 생각은 부모공양을 미덕으로 여기는 것은
우리 세대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독립적인 노년이 되는 것이 내 삶의 모토이나 서글픈 마음이 드는 것은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일 것이다.
104세, 쌍둥이 자매의 장수 비결을 물으니
둘이서 가까이에 사는 것이었다고 한다.
두 분의 경우를 보더라도 사람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야
비로소 행복한 삶을 이어가는 존재인 거 같다.
세상살이가 쉽지 않으나 그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고
또 주고 있다면 오늘도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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