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며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박완서

잎새's 2011. 4. 19. 10:19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 있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곳까지 바라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서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 길을 걸음으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이 없었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니라고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노라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노라고.       

                               -가지 않은 길 / 프로스트

 

 

그토록 빛나는 삶에도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있나 보다.

삶은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는 선택을 강요한다.  

그 선택에 대한 결과로 지금의 내 모습을 만들었을 터. 살아가는 일이 그래서 더 어려운 것...

스스로를 스무 살에 성장을 멈춘 푸른 영혼이, 80년 된 고옥에 들어앉아 조용히 붕괴의 날만 기다리는

형국임을.  다만 그 붕괴가 조용하고 완벽하기만을 바랄 뿐이라 말한 노작가.

1931년에 태어나셨으니 일제강점기와 6.25 같은 수많은 민족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삶자체가 어쩌면

글을 쓸 수 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고를 졸업한 경인년 5월 눈부시게 푸른 삶을 꿈꿨지만 6.25 전쟁으로 끝내 대학의 꿈을 접어야 했다.

"가본 길보다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내가 놓친 꿈에 비해 현실적으로 획득한 성공이 훨씬

초라해 보이는 보이는보인는 건 어쩔 수가 없다."(P.25)

 

남대문의 방화를 보며 방화범 개인의 뻔뻔함이 아니라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받들어온

경제체 일주의가 길들 인너와 나의 얼굴, 그 황폐한 인간성에 대해서 소름이 끼쳤다는 작가.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첫머리 인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하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중략-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88 올림픽 나라의 축제에 기둥 같은 아들을 잃은 아픔을 겪으셔서 지 월드컵 4강 기쁨도 좋지만 유족

들의 아픔을 배려하지 않는 품위 없는 환희를 질책하기도... 천상 이 시대의 어머니이다. 

축구에 대해 문외한이시던 작가가 "구형의 표면에서 아무 데나 자기가 선 자리가 중심이 된다.

초강대국도, 축구 강도, 경제 대국도, 우리가 3,4위를 다투는 동안 꼴찌와 안 꼴찌 전을 벌인 작고

착한 나라도 내 손바닥 안에서는 평등할 것이다."라며 축구에 대한 애정도 내비친다.

 

1부가 삶에 대한, 사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닮은 에세이글이라면 2부에서는 책들의 오솔길에서는

2008년조선일보에 연재했던 글로 저자가 오솔길을 거닐고 쉬엄쉬엄 쉬어갈 수 있는 책들을 소개했

그중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다음 도서목록에 끼워본다. 

글 쓰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글뿐 아니라 다른 이의 글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작가라는

생각을 해본다.3부는 '그리움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자신보다 앞서간 김수환 추기경과 박경리소설가

박수근화백을 생각하며 쓴 그리움이 담긴 글들이다.

작가는 그가 원하는 대로 푸른 청춘의 영혼을 지닌 체 조용하고 소박하게 이 땅에서의 자신의 삶을

살다 갔다. 그렇지만 그가 남긴 주옥같은 글 속에서 늘 청춘으로 살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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