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며

구부러진 길

잎새's 2017. 3. 14. 11:42

이미지출처, daum cafe S .R.H/AOJY

 

                              

구부러진 길/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캐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일요일 늦은 밤, 

 "톡투유"라는 토크쇼를 가끔씩 시청한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고민을

그날 게스트와 두 명의 고정출연진들이

서로 생각들을 주거니 받거니

간혹 눈물바다가 되기도 하지만

김제동 씨의

한 톨의 감동도 놓치지 않고 물처럼 자연스레 이어간다.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로

마음이 다쳤을 20대의 청춘에게

시인이 건넨 시는, 이준관 님의 구부러진 길이였다.

쭉쭉 뻗은 도시의 아스팔트는

보기 좋고 편리함이 앞서지만

구부러진 길, 느리게 걸을 수밖에 없고

불편하기도 하지만 어쩐지 난,

 이 구부러진 길이 좋다.

시인의 말처럼, 구부러진 길을 닮은 사람의 삶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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