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퇴근길, 마주친 아저씨를 보며...

잎새's 2012. 10. 16. 00:02

 

 

 

 

퇴근 무렵, 버스에 허름한 매무새의 아저씨 한 분이

어깨엔 무거운 가방을 매고 그보다 더 무거운 쌀자루를 던지다시피 타셨다.

거친 노동으로 까맣게 그을린 피부와 거친 손은 그의 삶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정직한 삶을 살았을것 같은 해맑은 웃음의 아저씨.

승차권을 잊으신듯 한참만에야 버스비를 지불하시고 자리에 앉으신다

쌀자루안에 오늘 수확한 단감이 들어있는지 몇개를 꺼내 기사아저씨와 자신을

도운 아주머니께 건넨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본 나,

요즘 부쩍 초등학교때 돌아가신 아빠생각이 든다

아저씨의 모습에서 돌아가신 아빠가 그려져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릴적 아빠에 대한 기억은 많지않다.

많은 농사일을 엄마에게 떠맡기시고는 자신이 천직으로 여기는 목수일을 하느라 

밤낮없이 일만 하셨다.

친정엄마가 살고 계시는 시골집도 아빠가 손수 지으신것

내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자질구레한 일이 생길 때마다 보수도 받지않고 해주셨다고 한다.

자신과 가족들에게 구두쇠였지만 이웃들을 위해 베풀줄 아셨던 분이셨다.  

귀뒤에 꽂힌 연필과 오래된 대패는 아빠의 트레이드 마크.

고된 노동뒤에 간간이 약주를 즐기셔서 가끔, 가족들의 원성을 사기도 하셨으나

막내인 나만큼은 늘 끔찍히 여기셨다.자전거를 태워주시던 아빠등의 따스함을

오랜시간이 흘렀음에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런 아빠에게 위암은 삶의 무게마냥 무거운 것이였으리라.

내가 초등학교4학년 무렵 아빠는 내가 다니던 시골교회 목사님으로부터

예수님을 영접하시고 며칠 후, 이 땅에서의 삶을 벗어놓으셨다.

퇴근길, 마주친 아저씨를 보며 돌아가신 아빠를 향한 그리움이 목까지 차올랐다.

"아빠, 그곳에서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계시죠?

언제가될지 모르나 만나면 막내딸이 꼬옥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안아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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