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계절이 지나고 새로운 계절을 맞는 11월, 이때가 되면 마음이 분주해진다. 결혼한 지 26년이 지났건만 아직까지 편해지지 않은 것을 보면 불량주부임이 분명하다. 하루를 내어 부지런히 움직여 커튼이며 겨울 옷가지를 새로 꺼내고 옷장 정리며 집안을 쓸고 닦기를 반나절, 먼지는 왜 그렇게 쌓이는지, 화장실까지 청소하고 나니 배가 출출해졌다. 사놓고 먹지 않던 메밀막국수로 노동력에 부스터를 달고... 오후에는 아버님 기일 때 둘째 시누가 주신 대봉으로 감말랭이를 만들었다.. 대봉이 한꺼번에 숙성되면 다 감당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생기니 고생하신 시누의 노고를 생각한다면 손이 가더라도 말랭이를 만들기로 한 것. 맛난 간식으로 사랑받을 생각에 부지런히 깎고 자르고 건조하기를 두 시간. 드디어 나의 노동에도 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