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 본 풍경.
국립박물관과 인접해 있어 견학 가는 초중고생들 모습을 간혹 본다.
한 무리의 초등학교 고학년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가을풍경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옆 친구와 웃고 장난하느라 인솔하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는다.
왜 안 그러겠나..
노랑과 빨강이 썩인 낙엽들 사이로 그만한
또래의 아이들이 떼로 뭉쳐있는데^^
이 모습을 잠시 신호대기 중에 걸려 지켜보는
나조차 삐죽 웃음이 난다.
아주 오래전 초등학교 5학년 무렵, 가을 소풍을 가던 날.
엄마가 가을볕에 타지 말라고 둥근 챙 이모 자를 처음으로 사주셨다.
언니 옷을 물려 입던 막내인 내게, 어쩌다 이런 행운이 생겨났는지,
며칠 전부터 소풍날만 기다렸다.
소풍날 가져갈 김밥과 사이다 같은 먹거리보다
새 모자를 쓸 수 있는 기쁨이 더 컸던 거 같다.
어릴 적, 시골 초등학교에는
소풍 간다고 모자 쓰고 빨간 소풍가방 메던 친구는
기억으로 몇 안돼서 선생님을 아빠로 둔 명이와
농협 근무하는 아빠를 둔 뒷집 은숙이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내게도 분홍빛 챙이 모자가 생긴 사건은 흥분 그 자체였다.
그날 일정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중,
늦가을 억새와 잔잔히 흐르던 시냇가 위
다리 위를 지나는데 가을바람이 제법 불었던지
그만 내모자가 냇가로 입수를 한 것이다.
"내모자.."라고 속상해서 울던 내 모습을 보시던 선생님께서
어디선가 긴 나뭇가지를 들고 나타나서는 물속에
빠져 영원히내 모자를 건져주셨다.
그 멋진 선생님으로 말할 거 같으면 우리 반 수진이 아빠로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다.
딱 한번 4학년 때 담임선생님으로 지도하신 후로
그 선생님과의 인연은 이어지지 못했다.
주근깨가 가득한 얼굴에 단발 파마머리에 귀여운 외모를 지닌
그 친구는 초등학교 졸업하기까지 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안타깝게도 졸업 이후로는 더 이상 선생님 소식과
그 친구 소식조차 알길 없다.
아침 출근길, 마주한 시끌벅적한 아이들 모습에서 그 옛날 기억을 더듬다.
'살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골골~ (0) | 2016.12.21 |
---|---|
12월 이야기 (0) | 2016.12.07 |
누군가와 함께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0) | 2016.11.15 |
겨울채비 (0) | 2016.10.31 |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아가리 (0) | 2016.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