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소 짓게 하는 것들.
목요일.
좋아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의 기로에서 서성인 날.
그 누군가의 배려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해야 하는 일을 할 수 있어 고마운 날.
행복한 일상은 시너지가 되어 매사에 효율성과 동시에 만족감을 준다.
그런 날은 피곤도 잊고 몸놀림이 사뭇 가볍다.
캘리를 배우며 반갑지 않은 노안이 찾아와 안과를 다녀오고
저녁밥상을 위해 장을 보고 집 도착해서 짐 정리를 후다닥 끝낸 후
오는 길에 아파트 입구 편백 길이 마치 손짓하는 듯하다..
쉬고 싶은 마음과 산책 사이에서 잠깐의 갈등을 겪었으나 바로 운동화를 신고 나섰다.
지금이 아니면 저토록 멋진 숲길의 가을을 또 언제 만날 수 있을까
봄, 여름, 가을 내내 행복한 걷기를 선물해준 나의 카렌시아 편백 숲길.
바쁘다고 외면했건만 서운하다 게으르다 타박도 없이.
다른 날처럼 시원하고 향기로운 공기와 자태로 나를 반긴다.
사람에게서 얻지 못하는 위로를 나의 카렌시아 숲길에서 얻곤 한다.
나를 미소 짓게 하는 것들은 사소하기 그지없다.
좋아하는 이와 함께 이 길을 걷는 것도 좋지만 혼자 걷는 것도 좋다.
저녁밥상을 마주하고 맛나게 먹는 가족들의 환한 모습을 마주하면 좋다.
책을 보고 후기를 남기고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글쓰기를
이어가는 이 공간과 소통하는 블친들이 있어 좋다.
좋아하는 노래를 라디오에서 우연히 듣게 되는 날은 하루 종일 기분 좋다.
그림 위에 캘리를 써내려 가며 누군가를 위해 선물할 때와
그 사람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더 좋다.
시계 절을 그냥 보내지 않고 경탄하며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는 여유를 지닌 것도 좋다.
항상 좋은 것에 둘러 쌓여 살아갈 수 없지만 좋은 일은 늘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지금이 좋다.